길어야 보름 내장산 단풍 한 달 즐길 날 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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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 단풍명소인 내장산. 평월에는 1만5000명 정도인 관광객이 단풍철인 11월에는 30만~40만 명대로 급증한다. 그러나 내장산의 단풍시즌은 길어야 보름 남짓. 많은 관광객이 아쉬움에 단풍시즌을 흘려 보낸다.

전북 정읍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산하 방사선과학연구소는 방사선융합기술을 이용해 단풍시즌을 늘리는 연구에 착수했다.

이 연구소 육종팀의 김동섭 박사는 18일 “방사선을 쪼여 단풍을 볼 수 있는 기간을 최고 2배까지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DNA를 추출해 조직배양을 한 다음 방사선을 쪼이면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특성을 통해 새 품종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장산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13종의 단풍나무가 서식하고 있다. 이 중 고유품종인 ‘내장단풍’과 ‘애기단풍’은 수입 종보다 훨씬 촘촘하고 그 자태가 아름답다. 이 고유품종에 방사선을 쪼이면 일반 단풍보다 일찍 물들고 더 오래가는 새로운 종의 단풍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해 방사선을 쪼여 관상용으로 키울 수 있는 작은 무궁화종(‘꼬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꼬마’는 일반 무궁화보다 작으면서 꽃이 더 일찍 피고 오래간다. 연구소 측은 이 육종법을 단풍나무에도 적용하고 있다.

육종연구팀장인 강시용 박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부터 ‘식물신품종보호제’가 발효돼 외국 품종을 국내에서 재배할 때는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며 “‘종자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방사선을 이용한 식물 돌연변이 연구에 더 많은 투자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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