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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북미회담 타결이후 전망 한반도정세 큰변화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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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北韓-美 제3차 회담이 지난해 이후 심각하게 제기됐던 북한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만들어내는데 일단 성공했다.
13일 발표된 北韓-美 공동성명만 놓고 볼때 이번에 합의된 내용대로 실천된다면 북한 핵문제는 그런대로 받아들 일만한 수준에서 매듭지어질 것으로 예상되며,그렇게 매듭지어지는 것을 계기로북한의 대외관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살펴 볼 때 4개항 공동성명의 핵심은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미국의 對북한 수교를 맞바꾼데 있다.이른바 일괄타결이 이뤄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관련해 북한은 우선 흑연감속원자로의 동결과 폐연료봉 재처리의 금지에 동의했으며,방사화학실험실을 봉인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아래 둔다는데 대해서도 동의했다.북한은 이어 지난 92년 발효된「한반도 비핵 화 공동선언」이행을 약속했고,핵확산금지조약(NPT)의 유지및 이 조약이 부과하는 의무 이행을 약속했다.
그 대신 미국은 북한에 대해 2백만㎾ 경수원자로를 건설해줄 것과 그 건설 기간에 대용 에너지를 공급해줄 것을 약속했다.
북한이 동결하기로 약속한 현재의 흑연감속로가 미국이 주겠다고약속한 경수로로 바뀌게 되면 원자로가 만들어내는 플루토늄의 원자폭탄제조로의 전용은 어려워지며,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은 동결된다고 보아도 좋다.
북한 핵개발의 동결과 관련해 미국의 클린턴행정부가 취한 정책은 「과거 핵」은 묻지 않고「미래 핵」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4개항 공동성명은 바로 이 정책위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며,이 점이「과거 핵」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강력히 요구해온 미국 내외의 세력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할 소지가 될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도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공동성명의 내용을 종합판단하건대,사실상「과거 핵」에 대한 의혹도 제거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北韓-美 합의내용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그러 나「과거 핵」에 대한 의혹이 여전히 남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세력이 반발할 때 그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에 제공하기로 약속된 경수로는 마땅히 한국형 경수로여야 할 것이다.한국형 경수로가 북한으로 들어간다면 설계와 건설및 운영에 이르는 6~10년동안 남북한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사람과물자의 왕래가 이뤄지게 된다.이것은 물론 남북한 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겠다는 의사 표시다.북한의 통치 엘리트들은 옛 소련과 東유럽에서 공산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북한에서도 공산체제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해서 두려움을 가져왔던 것인데,이번에 미국이 베푼 약속들은 그러한 두려움을 해소시키는데 적지않게 이바지할 것이다.
물론 외교대표부의 교환설치와 무역.투자 장벽의 완화 조치가 취해지는 과정이 단순하지만은 않다.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가시화될 것이다.또 이것에 자극되어 일본은 북한과의 수교 교섭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며,그것이 실현되는 경우 북한 의 체제안정성은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북한의 이러한 대외관계 개선은 대내환경의 개선으로 이어지게 된다.미국.일본을 비롯한 서방세계로부터의 물질적 지원은 무엇보다 북한의 매우 어려운 경제적 형편을 꽤 완화시켜 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물론 金正日의 정권 안정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여기서 자연히 우리의 관심은 남북대화로 쏠리게 된다.북한은핵문제를 다루는 협상에서 남한을 배제시켜 왔다.그렇게 하고도 미국과의 협상을 일단 매듭지었는데 앞으로 굳이 남한과 대화를 재개하려 할 것인가.남한을 무시하려는 의도적 노력 을 계속하려고 하지 않을까.
金正日 정권의 출범에 맞물려 北韓-美의 수교가 사실상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은 한반도 상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극명하게 보여준다.이처럼 대단히 중요한 전환기에 남북대화는 막힌,게다가 韓-美간에 갈등이 나타나거나 잠복한 상태가 과연 바람직한가.한반도의 새로운 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주도적 대처와 관리가 절실히 요청된다.그렇다고 해서 서둘 필요는 없다.더구나 국론분열이 악화돼서는 안된다.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안목에서 철학있는 정책을 세워 일관성있 게 추진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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