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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기업은 혁명 아닌 진화 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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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혁신은 작은 데서 출발하는 겁니다. 품질과 절차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게 혁신이지요. 기업에 필요한 것은 혁명(revoution)이 아니라 진화(evolution) 아닐까요.”

미국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코퍼레이션(UTC)의 조지 데이비드(65·사진) 회장은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혁신과 창의성이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획기적이며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기업 경영은 기본부터 잘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 송도 신도시를 친환경 개념으로 개발하는 일에 관한 양해각서(MOU) 조인을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사업 이야기 이외에 성장 정체에 빠진 한국 기업에 대한 조언도 했다.

데이비드 회장은 13년째 최고경영자(CEO)로 연 매출 480억 달러(약 44조원)의 거대 기업을 이끌고 있다. 취임 당시인 1994년 6달러였던 이 회사 주식은 80달러 대가 됐다. 매출액은 200억 달러에서 2.5배로 성장했다. 미국 월가에서 그는 ‘성장 전도사’ ‘가장 영향력 있는 CEO’로 꼽힌다.

-UTC는 인수합병(M&A)으로 큰 회사다. 어떤 기준으로 사고파는가.

“UTC의 간판인 오티스 엘리베이터를 1975년, 에어컨 제조회사 캐리어를 79년 인수했다.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을 팔고,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업체를 사는 작업을 해왔다. 사업을 살 때는 운영 효율을 높여 시장 리더가 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요즘 M&A 물건값이 무척 비싸졌다. M&A 후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으로 늘지 않으면 실익이 없다.”

-성장이 정체된 한국 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회사 내부로 눈을 돌려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적게 쓰고 더 많이 얻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 캐리어 에어컨 생산능력은 92년 300만 대에서 1100만 대로 늘었으나, 인력은 9% 증가에 그쳤다. 오티스 엘리베이터는 생산능력은 3배로 늘었으나, 인력은 25% 느는 데 그쳤다.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 개선을 이끌어내 주주와 직원의 지지와 자신감을 얻은 뒤 M&A에 나서야 한다.”

-생산성 제고는 한물간 구호 아닌가.

“모두 새로운 것에만 열광하지만 옛것에 기반하지 않고선 쓸모 없다. 기존의 것에 관심을 두고 그것을 잘 해내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두 배로, 네 배로, 여덟 배로 잘 해내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소음을 줄인 항공기 엔진을 개발했다. 새로운 게 아니라 성능을 조금 개선한 것이다.”

-86년 오티스 엘리베이터 CEO를 맡은 이후 21년째 CEO다.

“월가에 최장수 CEO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들어간다.(웃음) CEO는 회사 내부와 외부의 압력을 한 몸에 받는 자리다. 실적이 중요하지만 사회와 직원에 대한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수한 게 아닌가 싶다.”

송도=박현영 기자

◆UTC=미국 코네티컷에 본사를 둔 자산 500억 달러의 글로벌 기업이다. 캐리어·오티스를 비롯해 항공기 엔진 제작사 프랫앤드휘트니, 헬리콥터 제작사 사이코스키 에어크래프트 등을 계열사로 뒀다. 62개국에 지사를 두고 180개국에서 사업을 벌인다. 미 포춘이 선정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리스트에서 항공·우주 분야 1위를 7년째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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