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만화 캐릭터, 수출 위해 ‘성형수술’

중앙일보

입력

미국판 미키마우스(왼쪽)와 일본판 미키마우스

디즈니 만화의 유명 캐릭터 미키마우스는 6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입 크기를 줄이는‘성형수술’을 받았다. 일본인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이야시(치료형)’캐릭터를 선호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6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이 신종 미키마우스는 최근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산 만화 캐릭터들은 아시아 진출을 위해 ‘대수술’을 감행하고 있으며, 아예 캐릭터 자체를 새로 만드는 수준까지 나아가고 있다. 다른 문화권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다. 만화 ‘스파이더맨’ 제작사는 2004년 인도에 신(新)스파이더맨을 선보였다. 주인공 ‘피터 파커’는 ‘파비트르 프라바카르’라는 인도식 이름과 동양인의 얼굴을 얻었다. 그는 뾰족한 신발을 신고 현지 의상을 입은 채 악당들과 맞선다. 1978년에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회사 도에이는 피터 파커를 다쿠야 야마시로라는 이름의 자동차 경주 챔피언으로 바꿨다. WSJ는 이같은 현상을 ‘트랜스크레이션’(transcreation)라는 신조어로 설명했다.

미국의 인기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빅 버드’는 인도에서 보랏빛 사자 ‘붐바’로 바뀌었고, 미국 만화 속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던 히스패닉 소녀 ‘도라’는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의상을 입었다.
물론 모든 캐릭터의 현지화ㆍ토착화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디즈니 측은 도쿄와 홍콩의 디즈니랜드에서도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역은 반드시 서구 여성이 맡아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디지털뉴스 dj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