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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사격장 총성 멎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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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태릉사격장 내 50m 사격장의 출입문이 굳게 잠긴 가운데 ‘사격장 시설을 폐쇄 철거할 예정’이라는 알림문이 붙어 있다. [사진=정영재 기자]

1970년 세워진 태릉국제사격장이 37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땅 소유자인 문화재청이 태릉 복원을 위해 철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9월 21일 대한사격연맹에 ‘사격장 시설을 폐쇄 철거할 예정이니 사무실을 옮겨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10월 1일에는 50m, 25m, 클레이 사격장에 철거 예정 알림문을 붙이고 문을 걸어 잠갔다. 현재 태릉사격장은 10m 공기총을 제외한 모든 사격장이 폐쇄된 상태다. 연맹 사무실도 31일까지 옮기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다는 최후통첩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서울 시내에 있는 40개 왕릉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유네스코 실사단이 방문한다. 문화재청 궁릉관리과 황권순 사무관은 “왕릉 경내에 사격장이 있고, 총소리가 나는 건 말이 안 된다. 3년 전부터 사격연맹에 철거 공지를 수차례 했다”고 말했다.

김진희 사격연맹 부회장은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서울 시내에 종합사격장을 지으려면 500억원이 들고, 지방에 지어도 200억원 이상이 든다. 현재 사격연맹이 갖고 있는 기금 60억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변경수 사격대표팀 감독은 “태릉사격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4대 메이저대회(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월드컵)가 열린 ‘스포츠 문화재’다. 태릉사격장을 부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현재 충북 청원사격장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사격연맹은 청와대와 문화관광부 등 각계에 사격장 존속을 위한 탄원서를 내고, 대한체육회에도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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