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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유 이통사들도 요금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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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유로짜리 휴대전화 단말기를 파는 독일 T모바일 본사 건물의 직영 매장. 유럽 선진국 이동통신 업체들은 단말기 보조금이나 요금 규제를 받지 않아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와 단말기를 내놓는다. [사진= 김원배 기자]

사회주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엔 이동통신회사가 차이나모바일(CM)과 차이나유니콤(CU) 두 개가 있다. 두 회사 모두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5억 명가량의 휴대전화 인구 중 70%가 CM에, 30%가 CU에 가입해 있다. 언뜻 보면 두 회사가 이동통신 시장을 황금분할한 듯한 양상이다. 하지만 두 회사는 최근까지 곳곳에서 치열하게 요금 인하 경쟁을 벌였다.

 그중에서도 상하이(上海)는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곳으로 꼽힌다. CU 상하이 분공사(지사)의 쉬캉건(許康根) 전략마케팅 경리(부문장)는 “2005년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우리가 요금을 낮추면 CM이 바로 맞받아쳐 통화료 인하 전쟁이 벌어졌다”며 “그 결과 선진국 못지않게 다양한 요금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CU만 해도 ▶학생 등 젊은 층을 겨냥한 ‘신세력(월 기본료 1만원)’ ▶일반인 대상의 선불제로 이용료가 싼 ‘여의통(6500원)’ ▶비즈니스맨을 위한 프리미엄 상품인 ‘세계통(1만2000원)’ 등의 상품을 구비하고 있다. 같은 회사 가입자끼리는 통화료를 50% 깎아 주는 망내 할인 제도도 이미 도입됐다.

 두 회사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서로 상대 회사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 위해 각종 혜택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이로 인해 수시로 가입 회사를 바꾸는 ‘철새족’이 나오게 됐다.

특히 지역마다 통화료를 달리 책정하는 요금 정책 때문에 요금이 싼 대도시로 가입자가 몰리는 부작용까지 생겼다. 이처럼 두 회사 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중국 정부가 두 회사에 ‘요금 인하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요금이 충분히 내려갔다고 본 것이다. 중국 과학기술부 산하 완팡(萬方)리서치의 푸량(付亮) 정보통신부문 책임자는 “정부가 원칙적으론 이동통신 요금의 상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사업자가 과도한 이익을 남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내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직후 선정할 3세대 서비스에 3개 이상의 사업자를 선정해 경쟁 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취재팀=차진용(팀장)·이원호(중국·홍콩), 이나리(일본), 김원배(영국·프랑스·독일), 장정훈(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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