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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작은 정부 지향 않는 최초의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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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부의 국정 운영에 직격탄을 날렸다. 상의는 보고서에서 “이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 않은 최초의 정부”라며 “시장 중심으로 규제를 없애는 정책 추진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코드’가 달라 아무리 간절하게 규제 완화를 부탁해봐야 소용없다는 의미다. 상의는 “공무원의 증가가 규제의 증가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효율적인 정부’라고 자랑해 왔다. 하지만 상의 보고서에서 드러났듯 현장에서는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기업은 불편하다는데, 정부만 ‘효율적’이라고 밀어붙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도대체 뭐가 효율적이라는 건지, 하나라도 있으면 대보라. 이 정부 들어 기업을 옥죄고, 시장을 왜곡하는 핵심 규제는 늘면 늘었지, 줄지 않았다. 수도권 규제가 여전하고, 금산분리 정책으로 산업자본은 넘치는데 금융자본은 부족한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처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기업의 소망도 여지없이 묵살됐다.

그러면서 정부는 휴대전화 요금까지 간섭하고,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는 물건 값까지 일일이 정해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자연히 시장에서 경쟁이 줄고, 기업의 창의성도 쇠퇴하면서 하향 평준화가 굳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빈부 격차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죽도 밥도 안된 것이다. 이 정부는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 부담은 두고두고 국민에게 떠넘겨진다. 30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와 6만 명이나 늘어난 공무원, 방만한 공기업이 다 그런 짐 아닌가.

정부가 모델로 삼았던 유럽은 우리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프랑스는 5년간 공무원을 10만 명 줄이기로 했다. 독일·스웨덴도 복지병 치료에 나섰다. 관료 왕국이라는 일본도 규제를 줄이면서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유턴하고 있다. 뭘 믿고 우리만 역주행을 하는가. 국민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