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유창혁 9단 ●·어영호 6단
장면도=초반에 뒤진 유창혁 9단이 최대한 배짱으로 버티고 있는 바둑이다. 허영호 5단의 83은 A를 엿보는 수. 물론 백 B의 반격이 있어 A는 불가하지만 C 언저리가 모두 선수라서 중앙 백은 서둘러 84로 달아나야 한다. 바로 이 장면이 이 판의 소리 없는 승부처였다.
실전에서 허영호는 85로 평온하게 응수하고 백도 86으로 살게 됐는데 85로 좌변 백 대마를 즉결 처분할 수는 없었을까.
흑이 ‘참고도’1에 젖히면 대마는 두 집이 없다. 따라서 유일한 활로는 백 2로 씌워 흑 대마를 거꾸로 잡아 버리는 것. 흑은 3에 붙여 달아나게 되고 백은 10까지 포위망을 친다. 언뜻 보면 흑이 불리한 싸움으로 보인다. 하나 흑에겐 D로 붙여 돌파하는 수단도 있어 백을 잡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허영호는 그러나 형세가 좋다고 보고 85로 참았다. 이후 벌어지는 기나긴 악몽을 생각하면 후회스러운 대목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