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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인질, 정부 말 믿다 뒤통수 맞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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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만히 있어야 협상이 빨리 되고 몸값이 안 올라 간다고 해서 가만히 있다 보니까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아요.” 피랍선박 ‘마부노호’ 한석호(40) 선장 부인 김정심(48)씨는 15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이같이 말하며 “선원 가족들을 우롱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 선장과 한국ㆍ중국인 선원 등 모두 24명이 승선한 마부노 1, 2호가 지난 5월15일 예멘을 향하다 소말리아 해안에서 210마일 떨어진 수역에서 현지 해적들에게 납치된 지 15일로 154일째를 맞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테러단체와는 물밑 교섭으로 은밀히 석방을 추진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러나 김씨는 이번 사태가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ㆍ테러단체에 의한 한국인 납치사건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억류된 사례가 되자 외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지난 12일 한 선장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밝히며 “해적들이 잎(카트)을 먹고 나면 환각 상태가 돼 선원들을 구타한다고 한다. 온 몸에 멍이 들고 선원 전부가 말라리아에 걸려 심하게 앓고 있다”며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며 죽여달라고 말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와 비교하며 “걸어서 세금을 내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물 위에서 떠서 세금 내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며 “평등하게 차이를 두지 않고 똑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씨와 피랍자 가족들은 15일 석방여론 확산을 위해 한나라당 부산지역 의원들을 만났고 국무총리실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우리 힘으로 협상금 모으자=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소말리아 인접국인 케냐에서 뛰고 있는 마부노호 선주 안현수씨는 “정부는 일단 선원들을 구한 뒤 구상권을 행사해달라.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은 피랍 선원들의 몸값을 마련하기 위해 ‘소말리아 피랍선원을 위한 시민모임‘ 인터넷 사이트(www.gobada.co.kr)를 개설, 모금운동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해상노련은 “정부의 자국인의 생명을 보호하지 않는 직무유기와 힘없는 서민을 무시하는 차별의 행태를 보고 있다”며 “아프간사태는 대통령 특사가 즉시 달려가야 할 문제이고 소말리아 사태는 정부가 개입하면 안되나. 피랍자들과 가족들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에 항의 민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사이트에는 피랍 선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기원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지은 기자


출처 : 소말리아 피랍선원을 위한 시민모임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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