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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민사고 합격…이렇게 공부했다!

중앙일보

입력

좌)한경선, 우)성예은

민사고 합격. 모든 이들의 바람이다. 남들 보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재수까지 감행한 학생도 있다. 그들의 ‘빛난’ 합격스토리를 들었다.

한경선 서울봉원중3
1998년, 한국은 먹구름이 가득했다. IMF 사태로 온나라 경제가 휘청거렸다. 올해 민사고에 합격한 한경선(15·봉원중 3)양은 그해를 잊지 못한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건축업체가 부도를 맞은 것이다. 3차례 부도는 단란했던 가정을 풍비박산 흩뜨려놓았다. 사장이던 아버지는 한양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부터 부인과 3남매를 위해 도시가스 설치 인부로 나섰다. 일감이 적어 뛰느라고 뛰어야 겨우 끼니를 해결할 정도였다.
한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동작교육청 영재교육원(과학부문)에 합격할 만큼 뛰어난 아이였지만 학원 한번 가보지 못했다. 어머니 박영숙(41)씨는 “선생님들이 ‘경선이는 과학에 관심이 많은 것 같으니 학원에 보내 심화학습을 시켜보라’고 권할 때마다 가슴이 아려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중 2때까지 줄곧 전교 1등을 유지하던 한양은 지난해말 민사고 덕고장학생에 선발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박원희(민사고 졸업 후 하버드대 입학) 언니가 쓴 ‘공부 9단 오기 10단’ 책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고 마음 먹었어요. 덕고장학생 선발시험에 붙으니까 ‘반드시 합격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형편을 뻔히 알면서도 “학원에 보내달라”고 어머니를 졸랐다. 나중에 몇배로 은혜를 갚겠다고 속으로 되뇌면서…. 어머니는 “아이가 공부 한다고 하는데 ‘돈 없다’는 얘기는 차마 할 수 없었다”며 “현금서비스로 학원비를 충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명문(?) 학원’을 찾아 학원가를 돌았다. 민사고에 합격한 선배들에게 “어느 학원이 좋냐”고 묻고 다녔다. 결국 올 1월부터 목동의 한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민사고 대비반에 들어갔지만 꾸준히 선행학습을 해온 학생들을 따라가기엔 힘이 부쳤다.

“수학의 경우 처음 1개월동안은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겠더라고요. 선생님이 다른 반에 가서 기초부터 다지고 오라고 할 때마다 ‘저 좀 데리고 있어달라’며 통사정했죠. 눈물 마를 날이 없었어요.”
하루 2시간씩 잠자며 2개월 여동안 정석 책을 외워버렸다. 학원자습실에서 2시까지 남아 공부하는 딸이 안쓰러워 아버지는 매일 한양을 데리러 갔다. 그러던 2월의 어느날, 깜박 잠든 아버지가 시간을 놓친 적이 있었다. 부랴부랴 학원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경선양은 추위에 떨면서도 길가에 앉아 수학공식을 외우고 있었다. 한양은 “공부에 빠져 몸이 꽁꽁 얼어오는 것도 못 느꼈다”며 “힘들 때면 스티븐 호킹 박사를 떠올리며 ‘나는 저 사람에 비하면 행복하다’고 주문을 외웠다”고 말했다. 마침내 3월 들어서는 서서히 수업을 쫓아갈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오십견까지 걸려 파스를 몸에 달고 살았다. 한 번 자리잡고 앉으면 꼼짝 않고 공부한 탓에 9개월여 동안 17kg이 불었다. 한양은 “친구들이 파스냄새 나는 향수 뿌리고 다니냐고 놀릴 정도였다”며 “하도 살이 쪄 못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양은 국제변호사가 꿈이다.
“내가 받은 도움을 훗날 훌륭한 국제변호사가 돼 UN에서 일하면서 힘든 환경의 학생들에게 베풀고 싶다.”
수확의 계절. 한양의 ‘꿈 너머 꿈’이 소담스럽게 영글어가고 있다.
한경선
- 민사고 덕고장학생
- 동작교육청 영재교육원 3년 수료(2004·2005·2007년)
- 봉원중 학생회장
- 일본 문화교류학생(2007년)
- 서울시 창의적 산출물 발표대회 최우수상 수상

성예은 재수생
‘고등학교도 재수하냐’는 핀잔도 많이 들었어요. 이제 놀리던 사람들에게 전화해 ‘민사고 합격했다’고 자랑해야죠.”
16세. 새로 산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떡볶이 집을 기웃거리며 친구들과 깔깔 거릴 나이다.
그러나 성예은(16)양은 꿈을 위해 즐거움을 1년간 미뤘다.
성양은 지난해 민사고에 지원했다 낙방했다.
“토플과 민사고 영재판별검사 등 본격적으로 민사고를 준비했던 건 지난해 5월이었어요. 4개월 동안 땀 흘려 공부해 점수를 많이 끌어올렸는데, 그대로 포기하기에는 그동안 들인 공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지난해 처음 본 토플시험(CBT) 점수는 157점. 서류접수 전 마지막으로 본 7월 시험에서 250점으로 100점 가까이 끌어올렸다. 하루 4시간씩 자며 공부했지만 민사고의 문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민 끝에 11월 중순 재수를 결심했다. 성양은 “어머니는 기꺼이 승낙하셨지만 아버지는 절대 안된다고 며칠동안 말씀도 안 하셨다”며 “눈물로 아버지를 설득하는데 1개월 여가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막상 재수를 결심하고 나니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 생활지도를 해주는 선생님도, 대화를 나눌 친구도 없었다.
“처음에는 눈앞이 깜깜하데요. 사람들이 욕할까 걱정도 되고, 외롭고…. 마음 추스리는 데 꽤 오래 걸렸어요.”
그러나 다시 책상 앞에 앉으니 용기가 솟아났다.

12월부터 2월까지 하루 18시간씩 수학을 공부했다. 집에서 혼자 공식을 외우고 닥치는대로 문제집을 풀어댔다. 이때 푼 문제집만도 30권이 넘는다. 성양은 “학원에 다녀도 웬만큼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수학에 전념했다”며 “이렇게 공부한 덕에 민사고 수학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3월부터 민사고 대비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그러나 모든 학원이 재학생에 맞춰 오후에 수업하기 때문에 오전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었다.
토플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아침 6시20분부터 대학생 언니·오빠들과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함께 공부했다.
오전 영어학원, 오후 민사고 대비학원.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일과는 어린 성양에게 여간 버겁지 않았다. 6월 슬럼프가 왔다.
“친구도 보고 싶고, 놀고 싶었어요. 학원 가는 길에 교복 입고 학교 가는 친구들을 보면 마냥 부러웠죠.”
공부가 싫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원없이 놀았다. 성양은 “집중 안 될 때 공부하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아이스크림 먹고, 수다 떨고, 노래하면서 실컷 떠들고 나면 오히려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성양은 절치부심 노력 끝에 꿈을 이뤄냈다. IBT 105점, 민사고 수학경시대회 2등급으로, 지난해 서류심사에서 낙방했던 서러움을 씻어냈다. “1년 늦은 만큼 열심히 공부해 조기졸업할 생각”이라는 그는 “힘들게 들어온 만큼 1분, 1초를 아껴가며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문득 ‘늦었다고 여길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이 뇌리를 스쳐갔다.
성예은
- 신광여중 전교회장(2006년)
- 서울학생상
- 중부교육청 영재교육원 1년수료(2005년)
영재 교육원 캠프 논문상
- 국어능력인증시험 3급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중앙일보 독자 초청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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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권 외국어고등학교를 지원하는 중3학생을 대상으로 막바지 모의고사가 실시된다.
선착순 500명을 대상으로 오는 21일 실시되는 이번 모의고사는 중앙일보 독자 초청 이벤트의 일환으로 치러지는 것. 참가를 원하는 학생은 오는 18일까지 온라인 홈페이지 www.o2study.com 내의 ‘모의고사접수’ 항목으로 접수한 후 시험 당일 진선여자고등학교(강남구 역삼동) 고사장에 오전 7시 30분까지 입실해야 한다. 시험내용은 1교시 영어듣기, 2교시 구술면접 등 서울권 외고 전형 방식에 맞춰져 있어 지원 학생에게 문제 적응력 향상 등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일보와 Pre-Exam, 오투스터디, 조동기국어논술학원, 이지외국어학원이 후원하며 참가비는 무료다.
문의 (02)554-1414 / (02)562-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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