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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노키아 잡으러 아프리카까지 간다 … ‘모바일 CE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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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최지성(사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모바일 CEO’다. 휴대전화 업체의 최고경영자라는 뜻이지만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는 뜻도 들어 있다. 최 사장은 이번주에도 아프리카로 간다. 세계 1위 업체 노키아가 56%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달 초에도 스웨덴·영국·프랑스·폴란드·독일·루마니아 등 유럽 각국을 샅샅이 훑었다. 삼성 내에선 그를 ‘시장 개척자(Market Creater)’로 부른다. 최 사장은 디지털미디어(DM)총괄 사장 때도 1년 중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지난 1월 취임한 그는 시장 중시 전략을 폈다. 최 사장은 “기존 시장은 더 넓히고, 없던 시장은 새로 만들라”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그 결과 휴대전화 판매량이 급증했다. 3분기에만 4260만 대의 단말기를 팔았다. 사상 최대 분기실적이다. 프리미엄폰(고가품)만 고집하지 않고 중·저가폰 시장을 파고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럽과 북미시장의 최첨단 프리미엄폰 시장에 주로 공을 들였다. 하지만 최 사장은 달랐다. "시장에 해답이 있다”며 러시아·중국과 중남미·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 100달러 안팎의 단말기를 공급했다.

 최 사장은 해외 판매법인의 마케팅 현황을 직접 보고받고 경기도 수원 본사와 경북 구미 공장,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던 개발 포스트를 수원으로 일원화하는 등 판매와 개발의 전열을 가다듬었다. 특히 최 사장은 원가 싸움은 ‘경쟁(competition)’이 아니라 ‘전쟁(war)’이라며 납품업체의 생산 체제를 조목 조목 따졌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최 대리’다.

이같이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은 ‘제2 도약기’를 맞고 있으나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적잖다. 최 사장은 올해 초 취임 당시 “1년만 기다려 달라. 노키아를 따라잡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노키아와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키아는 2분기에만 삼성의 세 배 가까운 1억80만 대를 팔았고, 영업이익률(21%)도 삼성전자보다 훨씬 높았다. 휴대전화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노키아처럼 신흥시장에서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며 “최 사장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세계 이동통신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동영상 통화가 가능한 3세대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도 최 사장에겐 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키아는 3세대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3세대 경쟁의 승부처인 콘텐트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키아는 7월 음악 및 영상 공유 서비스업체인 ‘트완고(Twango)’에 이어 이달 초에는 글로벌 디지털지도 1위 업체인 나브텍을 81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삼성은 최근에서야 국내 이동통신사와 제휴해 음원 확보에 나섰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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