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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31일 주총 … ‘박카스 父子’의 속내

중앙일보

입력

중앙SUNDAY

31일 동아제약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박카스 패밀리’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아버지인 강신호(80) 회장의 지지를 받는 강정석(4남·43) 대표이사 측은 강문석(차남·46) 이사를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강 이사 측은 지난 7월 동아제약이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자사주를 매각하자 “회사와 주주에게 피해를 주었다”며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극적인 화해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31일 임시주총에선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강 이사 측은 이번 주총에서 자신이 추천한 이사 5명(사외이사 3명 포함)을 추가해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 회장과 강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의 지분은 6.99%로 강 이사 측(15.71%)에게 밀리지만 이번에 매각한 자사주가 우호지분이 된다면 세가 대등해진다. 강 이사 측은 ‘자사주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미래에셋·한미약품·KB자산운용 등 지분 4~8%를 가진 기관과 대주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표 참조> 지금까지는 “중립” “EB 발행에 대한 정당성을 분석하는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번 사태의 판세가 결정될 수 있다. 중앙SUNDAY는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강신호 회장과 강문석 이사를 각각 인터뷰했다. 강 이사의 이복동생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강정석 대표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강신호 회장

12일 저녁 서울 용두동 사옥에서 만난 강신호(사진) 동아제약 회장은 “(이번 사태는) 가족 간 전쟁이 아니라 부실 경영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이어 “가족 갈등과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강문석 이사가) ‘자식’으로 돌아올 경우에만 화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가.

“아버지로서 그렇게 잘 키우려고 했던 아들(강 이사)이 아마 없을 것이다. 내가 줄 것을 다 주었다. 공부도 잘 시켰고 재산도 물려줬다. 남양주 산만 해도 98만 평이 된
다. 유학을 마치고 와서는 일일이 손잡고 다니면서 사람 소개까지 해주었다. 그렇게 키웠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회사에서 나가라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형제 간 전쟁, 부자 간 전쟁이 아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지게 했을 따름이다.”

-강 이사의 경영 능력이 문제였나.

“강 이사는 유충식(전 부회장) 이사의 추천으로 97년 말 대표이사를 맡았다. 나는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유 이사가 젊은 사람에게 맡겨보자고 하더라. 그런데 수백억원 대 부실이 생겼다. 대표이사로 있는데도 책임을 지지 않더라. 도저히 회사 같지가 않아서 ‘나가서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했다.”

-강 이사 측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도려내는 과정이었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론 연구개발 투자를 늘렸다고 하는데.

“전혀 반대다. 여기 있는 사장(중앙연구소장 출신의 김원배 대표이사)이 당시 연구비가 없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구조조정도 엉터리였다. 우석이(3남·44)가 중국어를 잘해 중국에서 박카스 사업을 벌였는데, 여기에도 자기 학교 후배를 심더라. 잘한 게 하나도 없다.”

-사생활 문제 때문에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옛날엔 그런 일이 종종 있지 않았나. 강 이사가 나의 허물을 침소봉대했다.”

-어쨌든 황혼 이혼까지 했다.

“나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다. (본처이자 강 이사의 생모인 박정재씨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전경련 회장 때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함께 부부동반 식사도 했다. 이혼을 부추긴 것은 강 이사다.”

-강정석 대표는 잘하고 있나.

“아직 어리고 영업에만 주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리더십이 있어 따르는 직원이 많다.”

-지난 3월 강 이사가 복귀했다. 강 대표와 함께 공정하게 경쟁시키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할 만큼 했다. 유충식 이사가 쓰던 사무실을 내줬다. 일주일에 3~4회쯤 나오더라. 경영기획실장이 (강 이사에게) 현안 보고도 했다. 이사회 참석도 했다. 다만 대표이사로서 권한이 없을 뿐이다. 이번에 그것을 내놓으라는 것 아니냐.”

-이번에 강 이사와 손을 잡은 유충식 이사는 동아제약에서 46년간 근무한 ‘창업동지’라고 들었는데.

“처음엔 유 이사에게 ‘제대로 된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사람에게 너무 맡겼다. 나중에 감독 못한 것 아니냐고 물었고, 그래서 퇴진한 것이다.”

-주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 시간이 있다. 앞으로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현 경영진을 지지해 달라고 설득할 것이다.”

-가족이 화해하는 일은 물 건너갔나.

“나는 강 이사에게 다 주었다. 그런데 칭찬을 듣지 못하더라. 종업원들이 싫어한다. 부정한 사람 밑에서 일하기 싫어한다. 이게 곤혹스럽다.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가 아닌데, ‘자식’으로 돌아오면 화해하고 안아주겠다.”

-그러면 회사를 정석씨에게 물려주나.

“자기가 하기 나름이다. 당사자의 복이다.”

이상재<369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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