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화제>伊국영기업 日人사장 8개월만에 도중하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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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제화 사회를 겨냥,국제파 경영인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국제파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시련도 만만치 않다.세계 제6위 규모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국영 제철회사 ILVA 사장에 취임했던일본인 나카무라 도시오(中村準夫.58)가 이같은 케이스.
나카무라는 新일본제철의 이탈리아 현지법인 사장으로 재직중「鐵의 프로페셔널」로서 스카우트됐지만 고작 8개월만에 도중하차하고말았다.그가 이탈리아 산업부흥공사(IRI)로부터 자회사인 ILVA의 再建 책임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은 지난 93년2월. 당시 ILVA는 부채가 약 66억달러로 팽창하면서 더이상손쓸 여지가 없을 만큼 경영이 악화돼 감히 파라슈트(낙하산)경영자를 자청한 그에게 유럽의 언론은「로마의 사무라이」라며 갈채를 보냈다.
그가 이런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무엇보다 ILVA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일본처럼 자원이 없는 이탈리아가 모처럼 세계 유수의 제철소를 건립했는데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또다른 이유는 철강회사도 글로벌 경영에 눈을 돌릴 때가왔다는 실천적인 판단에서다.新日鐵은「鐵은 국가다」라는 명제에서조금도 탈피하지 못한채 생산 거점의 해외전개를 외면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이 그에게 철강산업의 국제화를 실천하도록 자극한 점도 외면할 수 없다.
기업 내부적인 동기도 있었다.원래 이탈리아 현지에서 新日鐵에채용됐던 만큼 더 이상의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따라서 혼자 힘으로 ILVA를 재건,국제파의 존재 의의를 과시하고 싶었다.ILVA의 재건은 전임 사장 노선 의 부정으로부터 출발했다.
전임 사장은 본업 외에도 무려 2백40개 子회사를 설립하는 과잉투자로 재무구조를 악화시킬대로 악화시켰었다.나카무라 사장은이를 과감히 정리하고 본업에 집중토록 했다.정치와 유착관계에 있던 간부들 역시 정리대상에 포함시켰다.
한편 유럽철강 메이커와 손을 잡고 판매가격을 재조정해 제품 가격을 46%나 올리는데 성공했다.개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모회사인 IRI에서부터 暗雲이 닥쳐왔다.IRI총재가 부패혐의로 체포된후 프로디 전임총재가 복귀한 것이다.나카무라 사장은 졸지에 방패막이를 상실,ILVA의 자주적인 재건책이 도마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말해「재건할 시간이 없다」는 것.민영화 추진론자인 프로디총재는 곧바로 강판.특수강 부문의 분리와 매각방침을 통고했다.
동시에 나카무라는 지난해 10월 사장직에서 상임고문 자리로 밀려나고 말았다.
「모처럼 회사의 수익이 호전되고 있는 마당에」라는 ILVA노조의 동정에도 불구하고 나카무라 케이스는 국제파 경영인이 단지실적만으로 존재하는게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李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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