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브랜드 인지도 삼성 세계 5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바이엘 아스피린은 바이엘 상표를 달지 않은 다른 아스피린과 성분이 거의 같은데 값은 비싸게 팔린다. 이름만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브랜드의 힘'이다. 일본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는 "브랜드는 기업의 생명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 소니를 삼성이 제쳤다. 2002년 3월 "삼성이 2005년까지 브랜드 인지도에서 소니를 추월할 것"이라고 했던 타임지의 예측을 2년 앞당겼다.

지난해 브랜드 인지도에서 삼성(세계 5위)이 소니(9위)를 여유있게 제친 것이다. 다만 아태지역에서는 소니가 1등이고 삼성이 2등이다. 아태지역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소니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았지만 이 지역을 벗어나면 소니보다 삼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이는 브랜드의 힘에 일찍 눈을 뜨고 노력한 결과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IOC위원에 피선된 1996년 "21세기는 브랜드가 경쟁의 핵심이 되는 시대다. 해외에서 C급인 삼성 이미지를 빨리 A급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삼성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마케팅 주력상품으로 휴대전화 등 첨단 디지털 제품을 선정, 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부터 파트너 브랜드로 참여했다. 당시 IOC는 백색가전 부문에서 후원해 주길 원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를 거부했다. "중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난다"는 브랜드 전략 때문이었다. 이후 삼성은 모든 올림픽 대회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北京)대회까지 공식후원이 예약돼 있는 상태다. 삼성은 95년부터 박세리 선수도 후원했다. 朴선수는 미 LPGA에서 여러차례 우승, 삼성의 이미지를 높였다.

하지만 스포츠 스타를 통한 마케팅이 쉽지는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朴선수와의 계약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李회장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줘라. 책임은 내가 진다'고 독려했다"고 전했다. 삼성은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를 위해 99년 '글로벌 마케팅실'을 신설하기도 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나 휴대전화를 잘 만드는 것은 작은 장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큰 장사"라고 말했다. 브랜드 연구기관인 인터브랜드는 "삼성이 단기간에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던 비결은 최고 경영층이 일찍부터 브랜드에 눈을 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태지역에서 인지도 4위를 차지한 LG전자도 '2010년 전자정보통신업계 글로벌 톱 3'진입을 목표로 브랜드 마케팅을 가속화하고 있다. 김쌍수 부회장은 지난달 "LG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본사에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브랜드 매니지먼트팀'을 신설했다. 브랜드 마케팅 예산도 대폭 늘려 올해부터 3년간 북미지역에서만 3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한 브랜드채널닷컴은 "삼성과 LG는 최근 브랜드 측면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이며 소니의 명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세 브랜드 간의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놀라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