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율 하락, 증시엔 큰 영향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환율이 하락하면 주가는 어떻게 될까.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기업 실적에 나쁜 영향을 준다.

특히 우리처럼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 증시에서는 악재로 인식된다. 또 환율이 높을 때 국내 증시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환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팔아치울수도 있다. 3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이 순매도를 보이며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원화환율이 급락하지만 않는다면 증시가 그다지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증시 어떻게 반응할까=이날 양상만 놓고 보면 지난해 9월 G7 재무장관 회담 당시 '유연한 환율정책'성명으로 환율이 크게 하락했을 때와 흡사하다. 당시 주가는 열흘 만에 1백포인트(9월 18일 758→9월 29일 688)가까이 하락했다.

하지만 과거 통계를 보면 원화 강세는 주가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00년 이후 주간 주가상승률과 주간 원화절상률은 일정한 관계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지난해 9월엔 환율 하락을 예상하지 못해 시장의 충격이 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원화 강세가 되더라도 급격하게 절상하지 않고 질서있고 체계적이기만 하면 주가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율 변화에 따른 기업 실적도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환율이 떨어져도 산업전체로는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본재 수입을 통한 설비투자가 활성화돼 내수경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기업 입장에선 환율 하락이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세종증권 조용환 연구원은 "현재 경제여건상 수출에 대한 타격보다는 내수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이 어느 정도 떨어지는 것은 오히려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원화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다소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 나갈까=외국인들의 행동 여부는 환차익보다 '달러 약세 기조'라는 보다 큰 변수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LG증권 박윤수 상무는 "외국인 자금 중에는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돈도 일부 있겠지만, 달러 약세 기조가 끝나지 않는 한 외국인들은 당분간 더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외국인 자금 유입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동원증권 金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지금 시점에서 환차익을 볼 수 있겠지만, 앞으로 원화 환율이 더 떨어진다면 굳이 지금 주식을 팔아 환차익을 챙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 희비 엇갈려= 최근까지 원화 약세 상황에선 수출업체들이 큰 혜택을 봤다. 하지만 '달러 약세-원화 강세'상황에선 외화부채가 많고,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클수록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화증권은 SK.동국제강.CJ.포스코.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추천했다.

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