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2007대선릴레이칼럼⑥

안정적 경제리더십의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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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권력과 리더십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치심리학자 라스웰에 의하면, 양자 간의 근본적 차이는 강제성과 자발성에 있다. 즉 권력이 개인적 야망을 쟁취하기 위해 억지로 정권을 ‘잡는 것’이라면, 리더십은 공동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잡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보다는 권력지향성이 강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탈 권위주의를 외치면서도 권력가적 면모를 과도하게 표출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어느 때보다 리더십 희구심리를 강하게 갖도록 만든 것 같다.

사실 정상적인 민주주의 하에서는 변수보다 대중심리가 중요하다. 과거 사회구조가 단순한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북풍이나 지역감정과 같은 정치 변수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으나, 지금과 같이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보혁 대결, 지역구도, 범 여권 후보 단일화, 제3의 후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개입과 같은 변수들이 예전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보다는 국민의 결집된 의지, 즉 대중심리가 반영된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 대선에서 리더십은 왜 중요한가. 무엇보다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은 성장과정과 성격, 정치 스타일의 합성물이기 때문에 지도자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좋은 대통령을 선출하려면 대선 주자들의 리더십을 검증하는 게 필수적이다. 특히 행태론적 관점에서 볼 때 리더십의 본질은 좀체 변하지 않기 때문에 리더십을 살펴보면 대선 주자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지도자의 리더십은 민심과 부합될 때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즉 대중심리에 부합되는 리더십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리더십 모델인 셈이다. 리더십의 대가인 제임스 바버는 미국 대통령의 개성이 국민의 여망과 일치할 때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결국 바람직한 리더십은 수학 공식처럼 고정 불변이 아니라 그 시대에 걸맞은 유형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대중심리에 부합되는 바람직한 리더십의 유형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2007년의 대중심리는 안정과 경제발전 희구심리다. 리더십의 관점에서 본다면 ‘안정적 경제리더십’이다. 이는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불안정한 정치리더십에 대한 반사심리 탓이 크다. 이명박 후보가 줄곧 지지도 50%대의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경제리더십의 이니셔티브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그의 시장터 생활-현대건설 생활-서울시장-청계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제지도자 이미지가 국민에게 강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적잖은 흠결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것은 그러한 경제지도자 이미지 때문이라고 본다. 반면에 범 여권 주자들 중에는 뚜렷한 경제지도자 이미지를 지닌 후보가 없는 것 같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그나마 주목을 받는 이유도 그의 최고경영자(CEO)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범 여권 주자들이 지지도 10% 미만의 바닥세를 회복하려면 국민의 가슴에 와닿는 실천적 경제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어 안정적 리더십을 보자.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경선 때부터 줄곧 내외 공세에 시달린 요인은 리더십의 불안정성이었다. 이번 미 조지 W 부시 대통령 면담 취소 파문에서 나타났듯이, 그의 성급한 추진과 거듭된 말실수, 감정적 대응은 자칫 노무현 오버랩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이 후보가 극복해야 할 아킬레스건이다. 지난 4년반 동안 노 대통령의 변화무쌍한 정치 스타일에 식상한 국민은 믿음직한 경제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원로 격에 해당하는 이수성 전 총리와 정근모 명지대 총장이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것도 386 아마추어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본다. 이제 국민은 두 눈 부릅뜨고 대선 주자들의 리더십을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때가 왔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