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임박한 돼지고기 선물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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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증권선물거래소가 추진 중인 돼지고기 선물시장 관련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중 입법예고된다. 따라서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께에는 돼지고기 선물시장이 열릴 예정이다. 선물시장이 생기면 양돈 농가는 가격 폭락 걱정 없이 적정한 가격에 미리 돼지를 팔 수 있고, 육가공 업체들도 후일 가격 폭등에 관계없이 일정한 값으로 돼지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돼지고기 선물이 ‘사실상 첫 상품선물’이라고 말한다. 이 표현 뒤에는 뼈아픈 실패 사례가 남아 있다.

◆이름뿐인 금(金) 선물시장=국내 첫 상품선물은 1999년 시작한 금 선물이다. 당시 현물 금 가격의 변동위험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개설된 금 선물시장은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개설 첫해인 99년 하루 평균 229계약이던 거래량은 2001년 두 건으로 급락했고, 2005년과 지난해엔 거래실적이 전무했다. 올해도 일평균 계약건수가 한 건에 불과하다. 사실상 시장기능이 정지된 셈이다.

올해 금값이 연초 이후 15.5%나 급등하는 등 선물시장의 필요성이 절실한데도 시장이 사실상 정지돼 있는 이유는 지하시장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선물시장본부 이규성 이사는 “현물시장이 투명하고 활발해야 선물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며 “금은 밀수가 많고 지하시장에서 거래가 더 활발하기 때문에 선물시장으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밀수를 통해 유통되는 싼 값의 금이 많기 때문에 귀금속업자 같은 금 수요자들이 굳이 세금을 물어야 하는 선물시장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돼지고기 선물은 성공할까=돼지고기 선물 역시 가격 변동의 위험을 상쇄한다는 것이 주목적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양돈농가의 가격위험 관리수단 차원에서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돈육선물 상장을 추진해 오고 있다. 돼지고기는 금과 달리 선물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증권연구원 진익 박사는 “돼지고기 값은 연간 가격변동폭이 35% 이상이라 선물시장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며 “양돈농가 1만1000가구, 육가공업체 2000여 곳 등 시장 참여자가 많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물시장이 투명하고 활발한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비관론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양돈 농가 주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선물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상장 작업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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