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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영화제작 고난의 길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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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웃겨야 되는데…제가 딱딱해서 강의는 잘 못합니다"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산업자원부 강당에 들어선 심형래 감독은 멋쩍은 듯 연신 웃음을 지어보였다. 외부강사로 초청돼 산자부 직원들을 상대로 특강을 한 심 감독은 막상 강의가 시작되자 "자신없다"는 말을 무색케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맨 답게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때론 심각한 표정으로 청중을 압도했다.

◆"처음엔 세무소로 착각"=심 감독은 박재윤 전 산자부 장관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산자부와의 인연이 10년이 넘었다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 때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세무서에 온 줄 알았다니까요. 분위기가 그 정도로 딱딱했는데 지금보니 여자 직원들도 많고…(웃음)"

곧바로 화제작 '디 워'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갔다. 산자부는 '디 워'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제작 초기 영구아트무비의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높게 평가, 우수제조기술연구센터(ATC)로 지정해 8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그 때는 '디 워'가 정말 되는 거냐며 늦은 저녁까지 산자부 직원들과 얘기도 참 많이 했다"고 회상에 잠긴 심 감독은 "그래도 정부 기관 중 유일하게 도움을 받은 곳이 이 곳"이라며 산자부를 추켜세웠다.

"못 믿겠지만 저 영어 정말 잘합니다. 듣는 사람들이 힘들어해서 그렇지" '디 워' 촬영 에피소드와 피말리는 마케팅 전쟁 등 눈물겨운 6년간의 '헐리우드 도전기'도 그의 입을 통하면 유머로 돌변했다. 여기저기서 웃음과 박수가 이어졌다.

"언젠가 문방구에서 우리 제품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포켓몬스터 등 모두 외국산인데 제 딸도 좋아하데요. 얼마나 많은 로열티가 빠져나가겠습니까.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개그계의 최고봉이었던 심 감독이 영화 바닥으로 뛰어든 이유다. 그는 건물사서 임대료 받고 술집 사장으로서의 편안한 삶을 거부했다. 비단길 팽개치고 무모하게 척박한 고난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혼자 먹고 살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연예인 소득 랭킹 1위를 4년간 했습니다. 남들처럼 건물사서 임대료 받고 술집이나 하고..나마저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인생 한번 사는데 뭔가 남겨주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中企 중심 정책 필요"=웃음을 뒤로 하고 우리나라 산업정책의 문제점을 언급할 때 심 감독의 표정은 자뭇 진지하게 변했다.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자부 직원들에게 뼈아픈 지적도 서슴치 않았다.

"우리는 공장 크고 인원 많은 대기업만 인정하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인 산업정책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변해야 합니다. 대기업 하나 무너지면 실업과 자살이 발생하는 사회를 더 이상 만들면 안됩니다"

한동안 화두가 됐던 '센드위치론'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센드위치론'은 일본의 기술력에는 눌리고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사이에서 센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는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것을 만들면 됩니다. PDP, LCD 등은 시간의 문제지 다 따라오게 돼있습니다.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여기서 파생되는 것을 수출해야 합니다"

"일본은 '포켓몬스터' 갖고 딱지 등으로 연간 1조엔씩 벌어들입니다. 피터 젝슨은 '반지의 제왕'으로 뉴질랜드의 3분의 1을 먹여살립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문화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그는 "이런 것을 진두지휘하는 곳이 바로 산자부"라며 보다 많은 관심과 분발을 당부했다.

◆"영구같은 바보도 하는데"=한국 흥행 800만명, 역대 흥행 5위. 한국 영화 최초 미국 전국 개봉. 개봉 첫 주 미국 박스오피스 4위.

이런 업적을 달성한 심 감독은 회사 로고에 '이 세상에서 정해진 룰은 없다. 역사는 우리 스스로 창조하는 거다'라는 말이 있다며 과감한 도전정신도 강조했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그런 면이 있는데 무조건 안전하게만 가려고 합니다. 괜히 징계받고 진급도 안되고 시말서까지 써야하니까. 혁명보다 더 힘든게 개혁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는 '도전의 용기'가 어디서 나오느냐는 물음에 "이건 용기가 아닙니다. 시장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또 앞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응답했다.

심 감독은 "무조건 지원하는게 아니고 될 수 있는 곳을 찾아 선별해서 했을 때 파급효과도 큽니다"라며 "산자부가 앞장서야 합니다. 나처럼 영구같은 바보도 하는데 정상적인 사람들이 왜 못하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미디어 허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영구아트무비가 보유한 기술력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영화제작비의 주범이 특수효과입니다. 2억달러 짜리 영화면 1억2000만 달러가량이 특수효과에 들어갑니다. 그걸 반값만 받고 품질은 배로 만들어주면 우리나라에 일감을 들고 올 수 밖에 없습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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