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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창>구미호.울프 공포영화 맞대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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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주말에 개봉하는 두 영화『구미호』(박헌수감독)와 『울프』(마이크 니콜스감독)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한편은 비극으로서 여우가 인간이 되고자 하고,다른 한편은 해피엔딩으로서 인간이 늑대로 변하는 이야기다.
공포영화의 성격에다 애정적 요소를 가미한 로맨틱 스릴러물이라는 것도 공통점.
그러나 두 영화는 다른 점도 많다.여우가 극복해야 할 야만성이라면 늑대에는 인간이 잃어버린 원시적 강인함에 대한 이끌림이배어 있다.『울프』가 문명에 대한 반성이라면 『구미호』는 애절한 사랑이야기다.
『울프』는 이전의 늑대영화보다 낭만적 요소를 상당히 더해 진지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출판사 편집장이라는 캐릭터의 선정도 그렇거니와 늑대의 피를 가진 잭 니콜슨의 삶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꿰뚫는 시니컬한 요소야말로 단순한 공포영 화의 그것과다르다. 그러나『구미호』는 한국영화치고 비교적 안정된 제작시스템(제작사 신씨네)과 九尾狐전설이라는 훌륭한 소재에도 불구하고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가령 이 영화는 절정에서 반전이 일어나는 부분이 핵심인데도 그 효과를 제대로 살리 지 못한 감이 있다.구미호(고소영)의 정체를 알게 된 혁(정우성)이이렇다할 고민도 없이 여우의 구슬을 받는 장면은 어딘가 맥이 풀려있다는 인상이다.
특수효과(SFX)에 있어서도 『구미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얼굴이 시시각각 여우로 변하는 모습과 구슬의 처리 등은 눈에 띄나 전체적으로는 일반인이 보기에 홍콩 무협영화에서 익히 보아오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울프』도 예외 는 아니다.
늑대가 모형인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서투르고 상투적인면이 많았다.
『투캅스』의 말초적이고 무의미한 웃음이『세상밖으로』로 이어지더니『구미호』에도 전염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관객의 발길과 카타르시스를 이런식으로 유도하는 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천박한 웃음이나 호기심을 얻기 위해서 극장에 오는 관객은 있다해도 소수에 그친다.그런 것은 TV코미디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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