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쪽지] 종이접기 등 놀이로 흥미 키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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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민지성(36·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씨가 아들 이윤빈(7·(左))군과 이웃에 사는 김나은(3)양에게 수저울을 가지고 수의 개념을 가르치고 있다. 취학 전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의 개념을 익히는 놀이법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원지은 열공리포터]

“엄마, 이 엘리베이터는 홀수 층만 간대요.”

 “그래? 근데 진석아, 짝수와 홀수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

 “…….”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여섯 살배기 진석이 엄마 박은애(29)씨는 요즘 부쩍 수학에 관심이 많아진 아이 때문에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아졌다. 이제 막 시작된 수학적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증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이천시에 사는 이성민(30)씨도 아홉 살 아들 휘상이에 비해 수학적 개념의 이해가 느린 일곱살 딸 안나 때문에 고민이 많다. 여자아이들이 조금 늦게 배운다고는 하나 한글도 일찍 떼었고 표현력이 좋아 그림도 잘 그려 똑똑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유독 수 셈 공부는 어려워하고 싫어하기 때문이다.

 요즘 영어 못지않게 수학 학원도 유아들에게 인기다. 놀이 활동을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할 수 있고 사고력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부모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경남 진해시의 한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진옥(30) 선생님은 “어릴 적부터 수학에 관한 흥미를 유발하는 활동을 많이 한 아이가 자라면서 문제풀이 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 등 수학적 능력이 뛰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수학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적 개념을 알아가고, 스스로 물음표를 만들어 내는 활동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규칙성과 관련된 활동은 돌 이전 아이들에게도 가능한 고리걸기나 모양 맞춰 끼우기 등이다. 두 돌 즈음해 말문이 트이면서 수열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데 하나, 둘, 셋 정도의 수 세기를 시작한다. 블록 쌓기나 자동차 주차놀이, 책 도미노 등 같은 모양을 반복할 수 있는 장난감을 이용한다. 계단 오르기나 밥 먹을 때도 순서를 말해 주면 즐겁게 배울 수 있다.

 36개월이 넘으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시기가 오면 2차원 평면개념에서 3차원 공간개념으로 관심을 넓혀 본다. 이 3차원 개념을 상당히 어려워하는데, 3차원의 기본이 ‘전후좌우상하’를 아는 것이다.

 김진옥 선생님은 “종이접기는 2차원 평면 종이를 접어 높이가 있는 물체로 만드는 것으로, 사방으로 시선을 달리하며 구조를 익히는 간단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종이접기를 할 때는 쉬운 것부터 시작해 스스로 순서도를 보면서 완성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르거나 붙이면서 자유롭게 마음대로 접어보는 활동도 좋다. 레고와 같은 블록 만들기나 가베 등도 종이접기와 비슷한 원리로 이루어지는 활동들이다.

 이성민씨는 요즘 딸과 함께 수퍼에 간다. 물건사기 과정은 연산을 몸으로 느끼며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다.

 “우리 동네 수퍼마켓 아주머니는 얼마 전까지 500원짜리 과자를 사면 꼭 50원을 잔돈으로 남겨 주셨죠. 경쟁수퍼가 사라지면서 이 서비스 또한 없어졌지만 이것이 바로 10%의 서비스와 경쟁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원지은 열공리포터

수학은 계통성이 뚜렷한 학문이라고 한다. 기초적인 계산 능력이 다져지고 알아야 할 기본적 개념이 정립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것도 이전단계가 확실히 이해가 안될 경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언어이해능력과 분석력, 철학적 사고력 등 다른 영역의 실력도 필요하다. 때문에 모든 공부의 기초인 독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 같다. 독서로 다져진 ‘실력’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게 아니다. 어릴 적부터 제대로 된 독서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한 이유다.

원지은 열공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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