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盧대통령 사돈 조사결과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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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의 처남인 민경찬씨를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2일 閔씨가 계약서나 약정서 없이 6백53억원을 모집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한시간에 걸쳐 閔씨를 대면 조사한 금감원 신해용(申海容)자산운용감독국장은 이날 기자 설명회를 열고 "閔씨가 '구체적인 투자 목적을 설명하지 않은 채 모두 47명에게서 6백53억원을 모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申국장은 "閔씨가 '부동산이나 벤처.유가증권(주식.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대략적인 내용만 투자자들에게 밝혔다'고 했으며 '이들은 자신을 믿고 투자한 개인들이며 계약서나 약정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閔씨는 투자한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나도 잘 알지 못한다. 자금 모집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없는데, 설령 알아도 밝히지 못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申국장은 이어 "閔씨는 '당초 자본금 15억원 규모의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설립하지 못했으며 6백53억원으로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申국장이 밝힌 대화 내용 중 일부는 閔씨가 시사저널지와 한 인터뷰 내용과 어긋나 진술의 신빙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인터뷰에서 閔씨는 "일부 불순한 의도의 돈도 많이 들어온 것 같아 돌려주고 싶다. 그러나 법적으로 계약서를 썼고 상대방에게서 위약 상황이 없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근거가 없다"고 밝혀 계약서를 쓴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申국장과의 대화에서는 계약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돼 있다. 閔씨의 주장대로 계약서도 없는 상태에서 자금을 모집했다면 그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법인 설립도 되지 않은 회사에 계약서도 없이 1인당 평균 14억원이라는 거액을 맡긴 셈이다. 申국장은 이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의 문재인 민정수석은 2일 민경찬씨 조사와 관련, "본인은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위법성이 드러난 게 없지만 위법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며 "피해 신고가 없어 본인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閔씨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협조를 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일 閔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2일 오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閔씨 사건을 경찰이 맡게 될 때를 대비해 내용을 파악해 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2일 민경찬씨의 사모(私募)펀드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가 47명의 투자자로 된 閔씨 펀드의 자금 모금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제보와 물증을 갖고 있다"며 "국회 대선자금 청문회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張부대변인은 "이 고위급 인사는 차관급 이상의 직책에 있는 사람으로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인물"이라며 "우리가 갖고 있는 물증은 이 인사와 閔씨가 서로 거액을 거래한 내역이 담긴 은행 계좌"라고 덧붙였다.

이희성.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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