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경선자금 단서 나오면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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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검찰청은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불법 경선자금을 수사해 달라며 고발한 사건을 2일 중앙수사부 1과에 배당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검찰의 조치에 대해 '검찰이 盧대통령과 鄭의장의 경선자금에 대해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검찰의 전면 수사착수를 촉구하는 일부 여론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전면수사 해석은 성급한 전망으로 보인다.

송광수(宋光洙)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한화갑 의원 구속영장 발부 사태로 야기된 경선자금 전면수사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지금 대선자금이나 경선자금 차원이 아니라 불법 자금을 받은 정치인 수사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불법 자금 수사를 하다가 경선자금 수사 단서가 나오면 하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안대희(安大熙)대검 중수부장도 "대선 자금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기업들의 비자금이 여야 경선 시기에 지출된 것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경선자금과 관련, 불법적인 단서가 나오면 수사하지만 무리하게 '저인망' 식으로는 조사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대검 중수부는 2일 '한화갑 의원 경선자금 수사와 관련한 공식 입장'이라는 A4용지 2쪽짜리 보도자료를 갑자기 냈다. 검찰이 개별 정치인의 수사와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韓의원의 경선자금을 수사하면서 벌어진 파문을 검찰이 얼마나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검은 이 자료에서 "대선자금을 포함한 불법 정치자금 수사와 관련해 아무런 정치적 의도나 고려없이 단서가 있으면 수사한다는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간 수사경과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서 대우건설 비자금 수사 중 김원길 의원의 진술 등을 통해 6억원대의 불법 경선자금 수수 사실이 확인됐고, 이후 대검에서 수사 중이던 SK 4억원 부분도 함께 처리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검이 수사한 SK 4억원은 이미 3개월 전에 SK 측으로부터 일부 진술을 확보하긴 했으나 당시 불법 대선자금 및 측근비리 수사에 주력하면서 수사를 늦춘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주장과는 달리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 핵심 정치인 가운데 '제2의 韓의원'이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韓의원 외에 구 여권인사 K, C씨 등 두세명이 하이테크하우징에서 거액을 받은 흔적을 포착했다는 주장이 제법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검찰이 회사 회장 박문수씨에게서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는 얘기도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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