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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북부 내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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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라크 북부가 심상치 않다. 지난 1일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서는 쿠르드족 당사 두곳이 동시에 자폭공격을 받아 쿠르드 고위 인사 등 최소한 67명이 사망했다. 주권이양 시기인 6월이 다가오면서 쿠르드인과 이라크 내 정파.종파.민족 간 갈등이 북부를 중심으로 거세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월 이라크 북부 파병을 앞둔 한국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아랍.쿠르드 갈등=미군 관계자들은 알카에다와 연관된 이슬람 과격 단체인 안사르 알이슬람 조직이 아르빌 사건의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 이후 자치지역 확대를 요구하던 쿠르드족에 대한 '계산된'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 전략문제연구소 사둔 알둘라이미 소장은 "쿠르드족의 자치권 확대 요구로 이라크 신(新)국가건설 방향이 혼선을 빚고 있다"며 "대부분 아랍계 이라크인들은 쿠르드족의 세력 확대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체포된 직후부터 쿠르드족 출신 과도통치위원회 위원들은 세계 석유의 약 6%를 매장한 키르쿠크주, 터키 및 시리아와의 연결통로인 북서부 니나와주, 그리고 이란과 접하고 있는 동북부의 디얄라주를 쿠르드 자치지역에 포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자치권을 인정받은 아르빌.도후크.술라이마니야 3개주 외에도 이라크 북서부 전체를 차지하겠다는 주장이다.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주변국에 거주하는 2천5백만 쿠르드족과 연결해 독립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속셈이다.

당연히 아랍계 정파는 여기에 반발한다. 아드난 파차치 과도통치위 위원은 "연방제는 행정구역인 주(州)를 근거로 한 것이지, 민족이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과격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대쿠르드족 반감은 더욱 거세다. 아랍 과격세력들은 이라크 전쟁 중 미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후세인 체포에도 참여한 쿠르드족 전사들을 '반역자'로 간주하고 있다. 여기에 쿠르드족이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한국군 파병 불안하다=실제로 지난해 12월 쿠르드족이 자치권의 확대를 요구한 이후 쿠르드.아랍.투르크멘.기독교 등 다민족으로 구성된 키르쿠크에서는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바그다드 주변 '수니 삼각지대'에 비해 치안이 안정된 것으로 평가됐던 키르쿠크가 요즘엔 가장 불안한 지역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키르쿠크주의 수니파 밀집지역인 하위자에서는 미군 3명이 폭탄공격으로 사망했다. 같은 날 모술의 한 경찰서에는 대형 폭탄테러가 발생해 이라크인 9명이 목숨을 잃었다. 1일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한 아르빌은 그 북쪽에 있다.

지난달 29일 존 아비자이드 미중부군 사령관은 "주권이양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이라크 내에서는 폭력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이라크 상황이 내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한국군이 파병될 키르쿠크가 '내전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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