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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저녁형 인간 對 아침형 인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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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인가, 저녁형 인간인가. 최근 일본에서 건너온 '아침형'관련 건강 서적이 국내에 잇따라 출간되면서 수면을 줄이고, 기상 시각을 앞당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를 부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의사들은 오히려 독일의 수면전문가 페터 악스트 박사가 쓴 '잠꾸러기 건강법'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새벽에 일어나 잠이 부족하면 당장 생산성 향상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의 문제점과 자신에게 맞는 수면법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항목별로 풀어본다.

◇적절한 수면량은 8시간='아침형 인간'의 저자 고바야시 도시노리와 고이시 유이치는 의학계의 금과옥조였던 '8시간 수면'의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주장한다. 고바야시는 일본 아시카가 공대 수면과학센터 대표, 그리고 고이시는 일본 경제산업성 직원으로 실제 4시간 수면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후천적 노력에 의해 4시간만 자고도 일상 생활에 지장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 이들은 낮엔 체온을 높여주고 밤엔 체온이 최저에 달하도록 체온리듬을 만들어가는 등 몇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통 의학계는 이들의 주장을 일축한다. 사람마다 수면시간은 체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8시간은 자야 한다는 것. 미국 하버드대 의대 수면의학 연구진이 최근 미국 여성 7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시간 자는 사람은 8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심장병 사망률이 45%나 높았다. 지나치게 많이 자는 것도 심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9시간 이상 자는 사람의 심장병 사망률이 38% 높게 나타난 것. 8시간이 최상인 셈이다. 기억력 등 정신기능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에 따라 수면패턴 달라야=똑같은 수면시간이라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중 어느 쪽이 건강할까. '아침형 인간'의 예찬론자들은 종달새형을 옹호한다. 현대 사회는 종달새형에게 유리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의학적으론 장.단점이 각각 다르다.

중요한 업무처리가 오후에 몰려있고 퇴근시간이 늦은 사람이라면 올빼미형이 보다 자연스럽다. 이 경우 코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밤늦게까지 유지되므로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일몰 이후 밝은 인공조명 아래 장시간 책상에서 작업하는 정신근로자도 올빼미형 수면습관이 좋다. 저녁을 많이 먹는 사람이나 마른 사람도 조금 늦게 자는 것이 신진대사 측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일출과 일몰 등 자연채광에 익숙한 현장 근로자나 스트레스가 적은 육체 근로자는 종달새형이 바람직하다. 인간의 뇌는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할 때까지 수백만년 동안 해가 진 뒤 두 세 시간 이내 자는 수면패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일찍 퇴근하거나 오전에 중요한 일이 많은 사람, 뚱뚱하거나 아침을 많이 먹는 사람도 종달새형 수면습관이 유리하다.

◇수면습관을 바꿀 수 있나=유감스럽게도 매우 힘들다.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수면습관도 물려받기 때문이다. 멜라토닌과 체온이 척도가 된다. 대뇌 깊숙이 위치한 송과선에서 분비하는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3시에 최고점에 오른다. 최고점이 3시 이후면 올빼미형이며 3시 이전이면 종달새형에 가깝다. 체온은 오전 5시에 최저점에 이른다. 체온의 최저점이 5시 이전이면 종달새형이며, 5시 이후면 올빼미형에 가깝다. 수면습관도 체질이므로 함부로 바꾸면 피로누적과 업무능률 저하 등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누가 아침형 인간이 돼야 하나=현장 근로자, 일찍 퇴근하고 오전에 중요한 일이 많은 사람 등 종달새형 이 바람직한 사람 중 늦잠을 자는 사람이라면 수면습관을 아침형으로 바꿔봄 직하다. 요령은 행동과학적 기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자명종에만 의존하면 안된다. 자명종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미리 정해놓고 잠자리에 들어야한다. 예컨대 자명종 스위치를 끄고 라디오 음악을 켠 뒤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체조를 하는 식이다. 음식 가려먹기도 활용할 수 있다. 악스트 박사는 "아침엔 숙면을 방해하는 타이로신 성분이 많이 든 음식, 저녁엔 숙면을 유도하는 트립토판 성분이 많이 든 음식이 좋다"고 말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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