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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잠자리의 시원한 연인 죽부인 다시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여름 무더위로 잠 못이루는 밤,죽부인(竹夫人)을 찾으세요」|. 최근 한증막 같은 불볕더위속에 열대야현상까지 계속되면서우리 선조들의 여름나기 전통침구인 죽부인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이 때문에 요즘 대나무고을인 전남담양지방에는 전국 각지에서죽부인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죽부인은 한낱 대나무로 만들어진 잠자리용구지만 선조들이 살을맞댄다고 해「부인」으로 대접,자식들에게도 물려주지 않았을 정도로 탄생부터 멋이 담뿍 깃들인 전통공예품.
한여름밤 죽부인에 삼베 홑이불을 씌워 품에 안고 한쪽 다리를올려 놓으면 통풍도 잘되고 잠자리의 허전함도 메울 수 있어 에어컨 사용등으로 인한 냉방병 걱정없이 잠을 청하는데 더할 나위없다. 한동안 잊혀져온 죽부인이 한여름밤의 연인으로 다시 사랑을 받게된 것은 산업화.기계화에 찌든 도시인들이 자연과 우리것에 대해 눈을 돌리기 시작한 90년대 들면서부터.
담양에서도 대표적인 죽부인공예가인 金順喆씨(57.담양군월산면화방리)는『3,4년전만해도 한 해에 고작 30~40개정도 팔렸으나 올핸 벌써 3백여개나 나갔고 주문을 받아놓은 것만해도 2백개가 넘는다』며『요즘엔 물량을 미처 대지못할 정 도로 주문이밀려 아예 예약을 받아 만들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金씨는 요즘 부인 具連珠씨(54)와 함께 하루 평균 5개씩의죽부인을 만들어 개당 2만원에 팔고 있는데 통통한 모양으로 웬만한 남정네의 품안에 꼭 들 정도의 크기인 1.2m짜리 하나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가량.처음부터 끝까지 손품이 드는것에 비해서는 값이 헐한 편이다.
金씨는『 전에는 주로 노인층에서 죽부인을 찾았는데 요즘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사가고 있다』면서 『특히 직장인들이 다리를 얹고 자면 피로를 푸는데 그만이어서 건강용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潭陽=林光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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