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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전력·고유가(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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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일성 사망소식처럼 뜨거운 뉴스가 또 하나 있다.바로 전국을 찜통속에 몰아넣고 있는 무더위다.12일 대구지역 기온이 섭씨 39.4도까지 올라가 17년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했다.이같은 이상고온은 1주일가량 더 갈 것같다는게 기상청의 분석이다.무더위는 연일 전력수요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12일의 경우 2천5백67만3천㎾로 전일 보다 5천㎾가 늘어났다.다행히 일부 발전소의 재가동으로 전력예비율은 5.6%선에 머무르고 있으나 수요가 늘고 발전기 고장이라도 생기면 큰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이미 전력 과부하사고로 일부 지하철이 부통되고 아파트 정전소동이 일어났다.
그런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더욱 긴장시킨다.미국산·북해산이 모두 배럴당 20∼18달러선에 이르렀다.우리의 주도입선인 중동이 고유가영향을 받을 경우 우리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다.올초에 15∼14달러 선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빗나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무더위를 식히려면 전기를 많이 써야 하고,그러자면 기름 도입을 늘려야 한다.결국 전기를 덜 쓰는 길만이 기름값 지출의 부담을 더는 길인데,전기를 덜 쓰는 방법이 고식적이어선 별 효과가 없다.더위를 참자느니,기름을 아끼자느니 등의 캠페인성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절전은 제도적으로 유도돼야 한다.우선 계절·시간별 전력요금 차등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덜 쓰는데 따른 보상을 확대함으로써 절전심리를 생활화해야 한다.일본주부들이 외출할때 TV코드를 빼놓는 것은 절약에 따른 요금할인이 크기 때문이 다.아울러 가전제품이나 수송수단은 물론,산업설비도 에너지 효율을 높여 구조적으로 절전체제를 갖춰야 한다.에너지 수입에 연1백60억달러를 쓰고,에너지소비 증가율이 세계 1,2위를 다투는 우리가 이 분야의 연구·개발에 많이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현행 전기요금이 절전을 유도할만큼 적정한가를 검토해야 한다. 가령 92년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Kwh당 우리를 1백으로 했을 때 일본·영국·프랑스·독일등은 1백18∼1백94나 된다.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의 전기값이 이렇게 싼 것이 정상일 수는 없다.절전심리가 일어날 수 있을만큼 요금체계가 장기적으로 재조정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절전만이 능사는 아니다.정부는 전기료를 올려서라도 발전소건설에 박차를 가해 전기생산을 증대시킴으로써 국민의 생활편의를 증진시켜야 한다.장기전력수급계획에서 발전소 건설비를 감당못해 규모를 축소한 것은 이점에서 매우 궁색한 선택이다.지금이라도 건설계획을 보완,전력 예비율을 높이고 수용자로하여금 적절한 값으로 필요한 전기를 쓰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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