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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의아담&이브] 하루에 '열두 번'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제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 부부가 중서부의 한 농장을 방문했다. 대통령 영부인이 양계장 축사를 지나다 호기심을 못 참고 닭은 하루에 몇 번 교미를 하는지 주인에게 물었다. 농장주가 “열두 번도 더 한다”고 대답하자,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그 얘기를 꼭 전하라”고 부탁했다.

 쿨리지는 그 얘기를 듣고 “수탉은 매번 같은 암탉과 교미하나요?”라고 되물었다. 쿨리지가 농장주로부터 “매번 다른 암탉과 한다”는 대답을 듣자 말했다. “내 아내에게 꼭 그 사실을 전해 주세요.”

 대한민국의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는 똑같은 내용이 클린턴-힐러리, 케네디-재클린, 부시-로라 버전 등으로도 소개되고 있지만 원조는 엄연히 쿨리지 부부다. 생물학에서는 수컷이 성적으로 여러 암컷과 교미하기를 원하고 암컷이 바뀔수록 강한 자극을 얻는 것을 ‘쿨리지 효과(Coolidge Effect)’로 부른다.

 이와 대비되는 것으로 ‘베이트만의 원리(Bateman’s Principle)’가 있다. 생물학자인 A J 베이트만이 주장한 것으로 암컷은 수컷보다는 자식에게 더 큰 에너지를 쏟고, 따라서 수컷이 충분한 뒷바라지를 하면 바람이 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컷은 항상 바람 피울 궁리를 하고 암컷은 남편이 에너지를 자신에게만 쏟기를 바라기 때문에 부부의 성은 항상 엇박자로 가게 마련일까?

 최근 뇌 과학은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해답의 고갱이에는 ‘새로움’이 있다. 뇌의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은 굳이 성행위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을 성취했을 때 다량 분비된다. 반면 아무리 큰 쾌락이라도 되풀이되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권태로 빠지고 부부 관계가 ‘오누이’ 또는 ‘직장 동료’의 관계로 바뀌게 된다.

 쿨리지 효과도 ‘새로움의 쾌락 원칙’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진화론적으로 남성은 새 여성을, 여성은 새 시도를 새로움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남성이 의식적으로 새 파트너가 아니라 새 시도를 즐겁게 수용해도 쾌락의 본질은 같다.

 따라서 부부간에도 늘 성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면 ‘영원한 연인’이 된다. 새로운 것이 꼭 획기적일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하드코어’로 가면 나중에 ‘반찬’이 바닥나기 십상이다. 전희 또는 후희를 하면서 손길 한 번, 입술의 감촉 하나에도 그날그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단, 새로움은 혐오와 쾌락의 갈림길에 있기 십상이다. 침실에서 부부의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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