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어떤방식으로 진행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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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양측주장→본부보고→후속회담/의제순서 없이 그때그때 제안 토론/미 사실상 최후협상,보도 일체 통제
1994년 7월6일 제네바 8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은 지난해의 1,2단계 고위급회담과는 달리 철저하게 언론보도를 봉쇄한 가운데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외교부 강석주 부부장과 로버트 갈루치미국무차관보가 각각 양측 수석대표로 참가하며 미국측에서는 국무부의 토머스 허바드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와 케네스 퀴노네스 북한담당 과장,그리고 백악관안보위원회·국방부의 실무진이 참석한다.
회담은 8일 제네바주재 북한대표부에서 먼저 열리고 9일에는 미국대표부에서 열려 이들 회담에서는 각각 자기측 주장을 연설형식을 통해 개진할 예정이다.
첫 이틀간의 회담이 끝나면 10∼11일은 각각 양측이 본부에 보고하고 훈령을 받는 날로 예정돼 있으며 12일 다시 후속회담을 열어 상대방 주장에 대한 평가와 자기측 주장 재확인 또는 양보여부를 밝히는 순서로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후속회담은 특별히 일자와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필요시 서로가 요청해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번 2단계회담에서는 밤늦게 식사도 거른채 논쟁을 벌이다가 북측대표부 직원이 사온 햄버거를 나누어 먹어 회담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바뀌기도 했다.
이번 3단계회담은 다자간회담에서 의제별 항목을 번호로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고 양자간 회담의 특징인 그때그때 한쪽이 먼저 제기하는 의제를 둘러싸고 난상토론에 가까운 논쟁이나 협의를 벌이게 된다.
이번 회담은 순차적이고 단계적인 의제별 해결로 매듭을 짓고 다음 의제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어서 경우에 따라 일괄타결 방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이들 방식이 함께 겹치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측은 이번 회담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최후의 대북협상이라는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회담기간중 일절 언론과의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게 됐다. 미국측은 종전과는 달리 회담기간중 절대로 언론 브리핑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정,이미 미국 주요 방송사들에 중간중간의 짧은 인터뷰마저 없을 것임을 통보하고 정식 협조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부는 김삼훈외무부핵대사를 제네바로 보내 회담기간중 미국대표단과 수시로 긴밀한 협력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김대사는 미국측의 언론보도 자제 방침에 협조하기 위해 한국취재기자들의 취재경쟁을 피하는 방법으로 숙소인 제네바의 호텔방 번호마저 비밀로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미국측의 비밀주의 선택은 회담도중 회담내용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야기될지도 모르는 미국과 한국등의 예민한 반응을 의식한 것일 뿐만 아니라 안건 모두가 민감한 내용이어서 최종 타결이나 결렬 전에는 가능하면 회담이 끝날 때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네바회담은 협상대표들 뿐만 아니라 취재기자들에게도 힘겨운 회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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