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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HOLIC] 보물도 찾고, 건강도 찾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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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섬·보물지도·보물찾기…. 언제나 가슴을 들뜨게 하는 환상과 모험의 단어들이다. 어릴 적 소풍 때면 가장 기다리던 것도 보물찾기 시간 아니었던가? 최근 가족과 함께 산행을 즐기면서 숨겨진 보물을 찾는 신종 보물찾기 게임 ‘지오캐싱(Geocaching)’이 유행하고 있다. 지오캐싱은 지구를 의미하는 지오(geo)와 은닉물을 뜻하는 캐시(cache)의 합성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좌표 값을 찾아가 누군가 감춰 놓은 보물을 찾는 게임이다. 지구를 거대한 놀이터 삼아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디지털놀이인 셈이다.

장치선 객원기자 charity19@joins.com

GPS여, 보물을 찾아줘

 지오캐싱을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휴대용 GPS가 필요하다. 10만원대에서 80만원대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GPS 고유의 기능만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도 상관없다.

 다음은 보물이 숨겨진 장소의 좌표 값을 알아야 한다. 『보물섬』의 짐 호킨스는 보물지도를 손에 쥐고 모험을 떠났지만, 현대의 지오캐셔들에겐 좌표 값이 바로 보물지도인 셈이다. 전 세계 지오캐셔들의 공식 사이트(www.geocaching.com)에 접속해 간단한 가입절차를 마치면 세계 각국의 보물 좌표를 확인할 수 있다. “북위 30도 42.830. 서경 69도 48.983 위치에 보물이 있다”는 식. 이 중 ‘한국의 보물’을 검색하면 국내 곳곳에 숨겨진 보물의 정보와 좌표, GPS에 내려받을 수 있는 지도를 얻을 수 있다.

 과연 보물은 어떤 것일까? 인형·장난감·열쇠고리 같은 소소한 기념품이 대부분이다. 외국여행 배낭족들은 주로 모국 기념품을 넣는다. 지오캐셔들이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보물은 ‘트래블 버그(Travel bug)’다. 지오캐싱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인데, 저마다 다른 일련번호와 사연을 갖고 있다.

 사용법은 이렇다. 누군가를 위해 트래블 버그를 만들면 지오캐싱 사이트에서 일련번호를 받게 된다. 그 다음 이 트래블 버그에 인형·사진·메모 등을 넣고 애칭(가령 ‘사랑스러운 영숙씨’)을 붙여 멀리 여행을 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사랑스러운 영숙씨를 아일랜드 ○○까지 여행시켜 주세요”라는 사연을 사이트에 올리면, 전 세계 지오캐셔들의 손을 거쳐 실제로 아일랜드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일련번호 검색을 통해 ‘사랑스러운 영숙씨’가 거쳐 간 사람들과 여행루트도 확인할 수 있다.

 게임 종류도 다양하다. 좌표 값에 특별한 장치 없이 숨기는 것은 트래디셔널 캐시(Traditional Cache), 한 가지 캐시를 찾고 그 속에 적힌 수수께끼나 퍼즐을 풀어야 최종 캐시를 찾는 게임은 미스터리 캐시(Mystery Cache)라고 불린다. 파티나 모임 등의 목적으로 준비하는 게임은 이벤트 캐시(Event Cache), 도심에서 즐기는 게임은 어번 캐싱(Urban Cache)다.
 

아이들과 즐기는 첨단 트레킹  

부산지역 지오캐싱 동호회 자투어(jatour.com) 임호일 회장은 “해외여행을 떠날 때도 지오캐싱을 하면 훨씬 재미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영국의 지오캐셔들이 부산을 찾았을 때, 자투어는 좌표를 따라 부산을 한 바퀴 관광할 수 있도록 지하철 역사마다 보물을 숨겼다. 다른 나라 지오캐셔들도 외국인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에 보물을 숨겨 ‘보물찾기’ 테마여행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과 함께 해도 즐겁다. 지오캐싱 코리아(www.geocaching.co.kr) 운영자 원신씨는 언제나 아들 원호와 함께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함께 몇 시간씩 걸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단순한 걷기와는 차이가 난다. 특히 목적지에 도착해 보물을 확인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게 원씨의 얘기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기회도 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출입 제한구역, 유적 등에는 보물을 숨기지 않는 게 규칙이기 때문이다. 찾는 사람도 땅을 파헤치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지오캐셔들은 보물을 찾으며 준비해 간 봉투에 주변 쓰레기를 담아오는 환경캠페인 CITO(Cache In Trash Out)도 벌이고 있다.

 이 가을, 아이들과 함께 첨단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보물찾기 트레킹’, 지오캐싱에 도전해 보자. 아주 특별한 가족 여행이 될 것이다.

 지오캐싱 용어들

■지오캐셔(Geocacher): 지오캐싱을 즐기는 사람.

■트래블 버그(Travel Bug): 전 세계로 여행을 다니는 보물.

■CITO(Cache In Trash Out): 보물을 찾으면서 주변의 쓰레기를 주워 오자는 환경 캠페인

■FTF(First To Find): 최초의 보물 발견.

■TFTH(Thanks for the hunt): 보물을 숨긴 이가 발견한 이에게 남기는 인사말.

■TFTC(Thanks for the cache): 보물을 발견한 뒤 숨긴 이에게 남기는 인사말.

■TNLN: 보물을 준비해 가지 않고 로그북(Logbook, 보물 일지)에만 기록을 남겼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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