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야 선진국 되겠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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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찰청은 지난 1년동안의 기초질서 위반자 단속에서 1천24만8천6백3건을 적발했다고 4일 발표했다.같은 사람이 반복해 위반행위를 했을 수도 있어 위반 건수가 곧 위반자 숫자라고는 볼수 없으나 어찌됐건 위반자 숫자가 엄청난 것만은 틀림이 없다.
단속한 내용은 휴지·껌·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린 것,금연장소에서의 흡연,음주 소란,새치기,무단횡단 같은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다.이런 행위가 공중도덕과 법에 어긋나는 일이란 걸 모르는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그런데도 단속을 하면 이렇게 많은 위반자가 적발되는 것은 기초질서 의식이 전혀 몸에 배어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옛말처럼 이래서 우리 국민들은 해외에서도 곧잘 손가락질을 당한다.비행기안에서부터 시끄럽게 떠들고,남과 부딪쳐도 사과말 한마디 하는 법 없고,아무일에나 서두르기부터 하고….우리들이 경제적인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음악·축구등 다른 각 부문에서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우리들의 행동이 이러한 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접은 받을 수 없을 것이다.한 나라,한 사회의 문명·문화수준은 그 국민 ,그 구성원의 기초질서 의식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법이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문화적 야만사회가 되어버린 것은 어릴 때부터 기초질서 지키기를 체질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우리나라 부모들의 극성스런 교육열은 세계적인 화제가 될 정도이나 그 교육열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저 공부,공부 뿐이다.자녀교육이 어찌 공부 잘하게 하는 것만일 수 있겠는가.올바른 인간,남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모범시민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필요한 자녀교육일 것이다.그러나 우리 부모들은 정작 필요한 이런 교육에는 등한히 해 욕심사납고 버릇없는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학교교육도 모범시민을 만드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부모와 똑같이 학교에서 강조하는 것은 오늘도 공부요,내일도 공부다.이러니 질서의식이 몸에 밸리 없다.
가정에서도,학교에서도 예절과 질서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정글과 같은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앞날의 우리 사회가 정글이 되지 않게하려면 가정에서도,학교에서도「신사」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이미 구부러진 나뭇가지는 좀처럼 바로 펴기 어려운것처럼 성인이 된 뒤에 예절과 질서를 가르치는 건 너무 늦고 성과도 적은 법이다.
성인들에 대해선 철저하고 지속적인 단속으로 불이익을 깨닫게 해주는 방법밖에는 없다.싱가포르가 엄격한 단속으로 질서잡기에 성공한 그 대표적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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