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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창작극 다까포 장윤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과거의 학벌이나 경력보다 전문연기자로 불렸으면 좋겠어요.』서울대법대 출신에 유력 일간지 신문기자로 4년간 근무한 미모의아가씨.연극배우 장윤정은 그러나 그런 것 때문에 자신이 화제가되는게 싫다.그의 배우 변신은 하나의 작은 사건이랄만큼 연극계의 얘깃거리가 됐던게 사실.그래서 매스컴의 주목도 많이 받았지만 이젠 더이상 배우 외적인 것들로 평가당하긴 싫다는게 그의 당찬 주장이다.
지난 2월 막을 내린 『북회귀선』에서 농도 짙은 전라의 동성애 연기로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시작해 또 한차례 화제를 뿌렸던 장윤정.
그는 지금 극단 판이 명동 엘칸토예술극장에서 공연중인 창작극『다까포』에서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위실험극의 성격이 강한 이 연극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코러스.6명의 배우가 반라로 출연해 대사 한마디 없이 몸짓과 표정으로만 자신을 표현하는 어려운 작품이다.그는 여기서 뱀처럼 꿈틀거리며 무대를 기어다녀야 하고 뻣뻣한 나뭇가지가 됐다가는 금세 요염한 빨강머리 오렌지 걸이 돼야 한다.
『동작과 표정으로만 모든걸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여느 연극보다 힘이 들어요.하지만 내면의 느낌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연기라배우는게 많아요.』 91년 직장생활이 따분하고 무료해지기 시작할 무렵 신문을 뒤적이다 눈에 띈 연극배우 오디션 안내가 그의인생을 바꿔놓았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직업배우의 길로 나선 것은 막연히 꿈꿔오던 특별한 삶에 대한 동경이 연기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연기는 남다른 삶을 찾는 제게 유일한 통로였어요.이젠 방황없이 이 길을 가렵니다.』 중1때 부모를 여의고 소녀가장으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견뎌내며 살아야 했던 지난 시절을 배우의 길을 통해 녹여내겠다는 그의 말엔 유난히 힘이 실려있었다.
글 :李正宰기자 사진: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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