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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에 병력 추가 배치, 승려들 외출 봉쇄…미얀마 시위 소강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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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위 규모와 횟수 대폭 줄어=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미얀마 양대 도시인 양곤과 만달레이에서는 산발적 소규모 시위만 몇 건 발생했을 뿐 더 이상 군 발포로 인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26일 미얀마 군부가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최소한 13명이 숨졌다.

29일 양곤의 중심부 보교케 아웅산 시장에서는 500여 명의 시민이 시위를 벌이려 했으나 군 병력이 경고사격을 하자 해산했다. 인근 판소단 다리 근처에서도 한때 3000여 명의 주민이 가두시위를 벌였으나 보안군이 출동하면서 흩어졌다. 그러나 중부도시 파코쿠에서는 승려 1000여 명이 2시간 동안 가두행진을 벌였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에 앞서 미얀마 군정은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양곤에 기존 2개 사단에 1개 사단을 추가 배치했다. 군 병력은 두 도시 대부분 불교사원 주변에 철조망을 치고 무장 병력을 배치해 승려들의 외출을 봉쇄했다.

쇼핑몰.식료품점 등 상가 대부분도 철시했고 공원은 폐쇄됐다. 인터넷과 유무선 전화도 거의 불통 상태다. 다만 영국의 BBC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미국의 소리(VOA)' 등을 청취하기 위해 단파 라디오를 사려는 사람들이 일부 상점에 몰렸을 뿐이다. 한 젊은 여성은 AP에 "우리가 승리할 가망이 거의 없어 보인다. 시위대에 용기를 주던 승려들마저 대부분 감금 상태"라고 말했다.

◆유엔 특사 수치 여사 만나=이브라힘 감바리 유엔 특사는 30일 신행정수도인 네피도에서 군정 지도자를 만나 유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고 현지 외교 소식통들이 밝혔다. 그는 그러나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군정 최고실권자 탄슈웨는 만나지 못했다.

감바리 특사는 이날 양곤 영빈관에서 수치 여사와 1시간30분 동안 면담했다. 군정 지도자들은 이 면담을 위해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을 일시 해제했다. 수치 여사는 지난 18년 중 12년을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 왔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9일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 동안 내정 불간섭 원칙을 들어 유엔의 미얀마 사태 개입을 반대해 왔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28일 이번 사태와 관련,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러시아 통신사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미얀마 등 10개국이 회원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유혈 사태에 유감을 표명했으나 제명 등 실질적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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