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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WORLD] 투견으로 추락한 NFL 스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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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17면

마이클 빅이 7월 27일(한국시간) 긴장된 표정으로 리치먼드의 연방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동물보호기구의 카산드라 캘러헌이 빅이 재판을 받는 리치먼드 연방법원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아래 작은 사진). [블룸버그]

애틀랜타 팰컨스의 쿼터백 마이클 빅은 2001년 미 프로풋볼리그(NF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위로 지명된 대형 스타다. 올스타에 세 번이나 선정됐고, 2004년 팰컨스와 10년간 NFL 최고액인 1억3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한때 그의 유니폼은 리그 최고 인기상품이었다.

하늘로 치솟던 빅의 주가는 올여름 바닥을 쳤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빅은 투견 및 도박 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했다. 25일에는 주 배심원에 기소되었다. 12월 10일에 있을 실형 선고에서 최고 5년 징역형 내지는 25만 달러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미 NFL은 무기한 출장정지를 내렸다. 리그 공식 유니폼 제공 업체인 리복은 이 사건 이후 빅의 유니폼 판매를 중단했고, 나이키 역시 빅과의 스폰서 계약을 중지했다. 미국에서 투견은 불법이며, 빅이 싸움을 벌인 버지니아주를 포함한 48개 주에서는 중죄에 해당한다. 국내 현행 동물보호법상 투견은 범법 행위가 아니지만, 개싸움을 두고 도박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버지니아 공대 출신인 빅은 2001년부터 버지니아주 한 시골 마을에 있는 자신의 별장 뒤에 경기장을 짓고, 투견대회의 기획·프로모션에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투견 경기의 도박에도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싸움에 패하거나 경기 중 부상한 개들을 익사나 감전사시키거나, 심한 경우 총살시킨 정황도 포착됐다. 그러나 빅은 직접 경기에 베팅한 적은 없으며 개를 죽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빅의 투견 리그에서는 자신의 개에게 영양제 주사를 맞히는 주인들도 있었다. 몸에 해로운 물질을 바른 채 싸우는 것을 막기 위해 경기 직전 개들을 목욕시키기도 했다.

오클라호마주 마약단속국의 짐 워드 수사관은 2005년 전 NFL 선수인 르숀 존슨이 개최한 투견 경기에 잠복했다. 그는 지난 6월 초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싸움 개들은 고깃덩어리를 물어뜯는 듯 끔찍한 소리를 냅니다. 상대를 물고 늘어지며 마구 흔들어대죠.”

혐의가 드러난 후 빅은 사죄의 뜻으로 미국 동물애호협회 애틀랜타 지역 사무소에 자신이 사인한 유니폼과 돈을 기부했다. 그러나 그 유니폼들은 강아지들의 담요가 되거나 뒷일을 처리하는 데 쓰이고 있다.

말썽을 피우고 다니는 흑인 NFL 선수는 빅 혼자가 아니다. 일부 이력서는 경찰서의 사건·사고 일지를 방불케 한다.

테네시 타이탄스의 수비수 팩맨 존스는 2005년 NFL 데뷔 후 네 개의 가로채기를 기록하고 있지만 체포는 다섯 번 당했다. 지난 2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총기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4월에 2007년 전 시즌 출장정지 명령을 받았다. NFL 팀들은 한 시즌 16경기를 치른다.

신시내티 벵골스의 와이드 리시버인 크리스 헨리는 웨스트버지니아 대학 시절부터 소문난 악동이었다. 2005년 프로에 진출한 뒤에도 그 버릇은 고치지 못했다. 과속,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불법 마약 소지, 약물 복용 등 그 혐의도 다양하다. 그는 올 시즌 8게임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캐롤라이나 팬더스의 와이드 리시버 레이 캐루스(살인 공모·현재 18년형 복역 중)나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간판 수비수인 레이 루이스(살인 혐의 체포 후 집행유예 선고) 등이 NFL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이 흑인 선수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사고를 쳤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 백만장자가 된 흑인 선수들이 옛 친구와 어울리는 이유는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흑인 사회의 ‘기대감’을 외면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어릴 적 친구들과 어울리며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일부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들은 소싯적 친구들을 매니저나 에이전트, 보디가드로 고용한다. 그러나 이런 측근들이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덴버 너기츠 가드 앨런 아이버슨의 친구들은 한 술집에서 아이버슨을 위해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며 손님 두 명을 폭행했다. 아이버슨은 지난 7월 26만 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흔히 흑인 스포츠 스타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 인종문제가 제기되곤 한다. 배리 본즈가 행크 에런의 통산 홈런 기록에 다가가던 지난 5월. ESP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흑인 응답자들이 본즈가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흑인 응답자의 74%가 본즈가 기록을 깨기를 바랐지만, 백인의 경우는 28%에 불과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흑인 선수들이 피부색 때문에 더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는 주장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범죄에 대해서는 인종에 관계없이 문제를 삼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SPN의 흑인 칼럼니스트 저미얼 힐은 최근 칼럼에서 “이제 인종차별 때문에 흑인 선수들이 감옥에 간다는 생각은 버리자. 다 그들의 멍청한(‘stupid’) 행동 때문이다”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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