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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수입 자동차 업체들 "패션이 새 성장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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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탈리아 페라리의 공식 수입업체인 FMK는 11월 초 서울 도산대로에 여는 페라리 전시장 한쪽 벽면을 소품 코너로 삼기로 했다. 페라리의 상징, 말이 새겨진 넥타이·가방·헬멧 등 패션 액세서리를 팔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김지은 팀장은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고급 소품들 위주로 매장을 꾸미겠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7월 부산 서비스센터에 76㎡ 면적의 ‘컬렉션 숍’을 처음 열었다. 생활소품과 골프용품 등 벤츠 브랜드의 액세서리를 파는 공간이다. 회사 측은 “서울 등지로 매장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패션용품을 통한 브랜드 마케팅에 부쩍 열심이다. 한국수입차협회의 윤대성 전무는 “해외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자기 브랜드를 전파하는 데 패션용품을 오래전부터 활용해 왔다”고 말했다. 승용차를 단순히 ‘탈 것’이 아닌 자기 이미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젊은층을 주로 겨냥했다.

◆잠재 고객을 잡아라=티셔츠·모자·가방·지갑 등 품목은 다양하다. 가격은 웬만한 명품 의류 브랜드 수준. BMW는 20만원대 지갑, 90만원대 가죽가방 등을 판다. 벤츠의 열쇠고리는 비싼 것은 11만원에 달한다. 페라리의 소품 중 엔진의 피스톤과 같은 제품은 수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이런 소품들은 예전엔 차 구매자를 위한 판촉물이었다. 하지만 차 대신에 소품만 구매하는 이들이 늘면서 이런 수요를 위한 제품이 다양해졌다. 주로 자신이 고른 차를 ‘드림카’로 여기는 젊은층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소품 구매 고객 중 벤츠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소유한 사람보다 많다”고 전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옷을 살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해당 브랜드 이름을 새긴 휴대전화 줄이나 명함지갑을 손에 넣고 만족감을 얻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재규어코리아의 이정한 부장은 “액세서리는 브랜드 이미지를 젊은층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성보다 잠재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본사 판매가에 운송비 정도만 붙인 실비로 판다”고 덧붙였다.

미래의 고객인 어린이도 주요 표적이다. 인형과 퍼즐 같은 장난감이나 문구류 제품이 적잖은 연유다. 최근 인기를 끄는 건 볼보·벤츠·BMW 등에서 내놓은 어린이용 미니어처 ‘페달 카’다. 40만~60만원이나 되는데도 잘 팔린다.

◆브랜드 이미지 살리는 디자인=페라리는 패션 소품으로 연간 8500억원(라이선스 제품 포함)가량의 매출을 전 세계적으로 올린다. BMW그룹의 라이프스타일 컬렉션 연매출도 약 1억 유로(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성 못지 않게 완성차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 효과를 본다. 업체마다 소품의 디자인과 품질 관리에 각별히 신경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페라리는 컬렉션 사업만 하는 ‘머천다이징 팀’을 운영해 제품을 디자인한다. 페라리 본사 관계자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제품마다 페라리의 전통과 로고를 살리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 중 패션 소품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액세서리 이미지 표준화(AI)’ 작업을 통해 모든 소품에 자사 심벌을 새겨넣는다. 김영율 과장은 “완성차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도록 값이 좀 비싸도 품질과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물건을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패션 소품 제작을 위해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기도 한다. 폴크스바겐은 4월 골프GTI의 한정모델 ‘파렌하이트’를 판매하면서 구매 고객에게 디자이너 정욱준이 직접 디자인한 가방을 증정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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