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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샌드위치코리아] 사이버 세상은‘코리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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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온라인게임이 세계 게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온라인게임 종주국답게 한국산 게임들이 세계 각국 게임 시장에서 인기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일본을 비롯한 대만·태국·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장은 국산 게임업계의 텃밭이 된 지 오래다. 또 미국·유럽은 물론 브라질 등 중남미 시장까지 지구촌 구석구석에 진출해 있다. 최대 게임시장으로 부상 중인 중국에선 위메이드가 만든 ‘미르의 전설 2·3’이 2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며, 온라인게임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연간 850억 달러에 달한다. 게임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콘텐트로 자리잡았다. 특히 한국이 종주국인 온라인게임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세계 게임시장이 매년 10% 정도 성장하는 가운데 온라인게임 분야는 3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45억 달러에 달했으며, 2012년엔 131억 달러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하지만 한국 온라인게임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을 따라잡기 위한 세계 각국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게임 강국인 미국과 일본이 글로벌 공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시장을 배경 삼아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는 형국이다. 게임 중에서 가장 시장 규모가 큰 콘솔 게임(비디오 게임)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본 소니는 요즘 콘솔 게임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사업에 적극적이다. MS는 콘솔 게임기 ‘X박스360’으로 온라인 게임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온라인 게임 타이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본 소니의 이즈미 가와니시 기술최고책임자(CTO)는 “한국 온라인게임은 PC 기반의 2차원 서비스에 머물고 있다”며 “한국 온라인게임을 뛰어넘기 위해 3차원 가상공간에서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홈 게임 서비스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게임사 EA의 래리 프롭스트 회장은 “온라인사업부를 신설하고 세계적인 유명 개발자들을 모으고 있다”며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1차 경쟁자”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제2의 도약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태건 게임산업진흥원 산업전략본부장은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온라인게임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창의성이 고갈돼 가고 있는 한국 게임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게임 분야의 인력 양성과 업체의 해외 진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게임은 미래 세대의 가장 중요한 문화 콘텐트 중 하나”라며 “오락이 아닌 산업으로 게임을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새너제이·로스앤젤레스=장정훈 기자

비상하는 중국
상하이 게임 예산 한국의 6배

 11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선 ‘지스타 2007’이 열린다. 이 행사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지만 올해는 중국 업체들의 잔치가 될 공산이 크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신작 게임이 없어 참가를 미루는 가운데 샨다·텐센트·스네일게임스·상하이페리 등 중국 메이저 게임사들은 앞다퉈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문경 지스타2007 조직위 사무국장은 “중국 게임업체들이 덩치가 커지면서 국내 게임사에 대한 자본 투자는 물론 우수한 게임의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전시회에 참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게임업체들은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국산게임을 가져다 현지 서비스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었다. 2003년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국산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였고 중국산 게임은 17%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 내 국산 온라인게임의 비중은 1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미국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3’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중국산이 채웠다. 중국 게임업체들이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현지 서비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개발과 운영 능력을 차근차근 키운 결과다. 특히 샨다·더나인·넷이즈 등 중국 3대 게임업체는 나스닥과 자스닥에 상장하면서 덩치를 키워 이제는 국내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 올 2분기 샨다는 사상 최대인 7500만 달러(약 697억원)의 매출과 3000만 달러(약 27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기간 국내 최대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의 실적(매출 759억원, 영업이익 106억원)과 비교하면 중국이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중국 게임 산업의 성장세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인구가 급팽창하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 1억4200만 명(올해 기준) 중 29%가량인 4200만 명이 게임 매니어로 추정된다. 중국은 온라인 게임 산업을 국가 성장 산업으로 지목하고 주관부서인 신문총판총서를 비롯해 문화부·공화부 등 8개 부처와 지방정부가 공동 지원하는 체제를 갖췄다. 상하이시가 올 상반기 게임 개발에 지원한 금액만 600억원이 넘는다. 이는 국내 게임 개발 지원 부처인 문화관광부 지원액의 여섯 배에 달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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