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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과 다음' 영욕의 12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금 '네티즌'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들이 대부분 인터넷이라는 것을 처음 맛보게 된 것이 '한메일'이라는 이메일 서비스를 통해서다.

이재웅 사장이 당시 26세의 나이로 인터넷을 사업에 접목하겠다며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고 97년 한메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일반인들에게 인터넷이 실생활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은 지난 95년 2월 자본금 5000만원, 이재웅 사장을 포함해 직원 3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2년이 지난 현재 직원 수는 2000여명, 주식 시가총액은 9000억원에 이르는 회사로 성장했다.

다음은 97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무료로 웹메일을 쓸 수 있는 '한메일' 서비스 를 시작한다. 이후 99년에는 온라인 카페 서비스 '한메일넷'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이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놀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다. 특히 이를 계기로 과거 PC통신 중심이던 일반인들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인터넷으로 급속히 이전되기 시작했다.

또 99년 11월에는 당시의 인터넷 붐을 타고 다음이 코스닥에 등록해 투자자들의 인터넷 투자 붐을 몰고오기도 했다. 당시 공모가는 1만원.

2000년 3월에 다음은 온라인 쇼핑몰 '다음쇼핑'을 오픈하면서 인터넷 포털에서 시작한 다음의 사업 영역을 쇼핑분야까지 넓힌다. 다음쇼핑의 현재 이름은 디앤샵이다. 그 해 7월에는 다음 금융플라자를 오픈하면서 증권.보험 서비스와 함께 부동산 등 모든 재테크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쇼핑과 함께 재테크 정보까지 제공하는 종합 전자상거래 영역으로 사업을 늘인 것이다.

2003년에는 각 언론사의 뉴스와 함께 다음이 독자적으로 뉴스를 생산해 네티즌들에게 제공하는 '미디어 다음'을 오픈하면서 다음이 인터넷 사업에 이어 언론시장에도 직접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사기도 했다.

2003년 6월에는 보험에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온라인으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겠다며 자회사 '다음다이렉트자동차 보험'을 설립한다.

이후 2004년 8월 미국의 인터넷 포털 라이코스를 인수합병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다.

그러나 다음은 이메일에서 카페, 검색으로 급속히 바뀌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과다하게 사업영역을 넓혀 헛스윙을 하고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05년 이후부터는 최초의 인터넷 기업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에 포털 업체 선두자리를 내주고 사업영역 확대를 꾀했던 자회사들의 부실이 커지면서 부담이 현실화된다.

이 때문에 다음은 2006년부터 국내외 비핵심사업 매각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벌여놨던 연예기획 사업과 온라인 음반, 온라인 여행사업을 정리하고 올해는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다음의 설립자인 이재웅 사장은 설립이후 12년간 책임져온 다음을 19.43%의 최대주주로서 이사회 멤버 지위만 남기고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다음의 설립자로, 국내 인터넷 사업 역사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재웅 사장과 다음은 한국에서 인터넷 사업을 하려면 어떤 것에 도전해야 하는지, 무엇은 하면 안되는지를 몸으로 보여줘 왔다.

그런 이 사장이 이번에 뒤로 물러난다. 그는 그동안 "빌 게이츠 회장처럼 한 걸음 현업에서 물러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싶지만 투자자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회사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였다"며 경영에서 손을 떼고 싶다는 심정과 이를 실현할 수 없는 현실의 괴리를 토로한 바 있다.

그만큼 이번 경영일선 후퇴 결정에 대해 투자자들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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