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week&영화] 음악·판타지 … 색다른 ‘작은 영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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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목을 노린 대작·기획영화 속에서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명절 극장가의 틈새에서 개성을 발휘하는 작은 영화들에 관심을 돌려 보자. 음악·판타지 영화에 정치 이슈를 녹여낸 멜로까지 다양한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호랑이와 눈’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영화다.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주연했다. 특유의 동화적 판타지, 익살과 낙관주의가 돋보이는 ‘베니니표’다. 꿈에 본 여인 비토리아를 사랑하는 시인 아탈리오. 전쟁 중인 바그다드에서 비토리아가 혼수 상태에 빠지자 한걸음에 달려가 눈물겨운 병구완을 시작한다. 이라크전을 배경으로 기적 같은 사랑의 힘을 역설하는 행복한 영화다.

 ‘원스’는 아일랜드산 음악영화다. 실제 아일랜드 인디 뮤지션이 감독·배우·스태프로 참여해 젊은 감성을 선보인다. 가난한 길거리 음악가와 거리에서 꽃을 팔며 틈틈이 작곡을 하는 소녀. 두 사람의 짧은 사랑이 음악에 실린다. 올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아일랜드 최고의 실력파 밴드 더 프레임즈의 리드 싱어인 글렌 한사드가 주연하고 영화음악을 맡았다.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군 걸작 만화 ‘충사’를 영화화한 ‘무시시’도 찾아온다. ‘아키라’의 거장 오토모 가쓰히로가 감독하고 ‘완소 배우’ 오다기리 조·아오이 유가 주연을 맡았다. 신기한 생명체로 때로 인간에 빙의되어 불가사의한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무시’와 그들을 본래 있던 곳으로 돌려 보내는 능력을 가진 ‘무시시’의 얘기다. ‘무시’라는 독특한 생태철학적 세계관, 몽환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볼거리다. 단 지나치게 철학적·사변적 구성으로 사전 정보 없이는 시종 오리무중,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이야기보다 낯설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포인트. 철학적 깊이도 원작만화보다 못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천안문 사태를 강렬한 멜로로 풀어낸 ‘여름 궁전’은 중국 6세대 로우 예 감독의 영화다. 2006년 칸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진출작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상영 금지, 5년간 감독의 중국 입국 및 중국 내 영화 제작 금지 조치를 내렸다. 감독은 “천안문 사태는 발생·전개 과정이 복잡해 마치 한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강도와 똑같다”고 말했다. 과감한 성적 묘사가 눈에 띈다. 18세 관람가.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국내 개봉 예정작을 미리 만날 수 있는 ‘풀 문 데이 씨네큐브 영화축제’는 10월 3일까지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www.cinecube.net)에서 열린다. 프리미어 유료 시사회 형식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상차림이 강점.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들이 망라됐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의 미셸 오슬로 감독의 신작 ‘아주르 아스마르’는 유럽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보여 준다. 미국 정치영화의 교본이 된 1940년대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올 더 킹즈 맨’, 보스니아 내전을 다루며 2006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그르바비차’ 등이 상영된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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