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저무는 해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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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난공불락」의 IBM 아성이 PC시장에서 무너지고 말았다.지난 83년 이후 세계 PC시장에서 줄곧 선두를 고수해오던 IBM이 지난해 애플.컴팩의 맹추격을 받고 올들어 지난 1분기 실적에서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렇잖아도 흔들려온 IBM의 위상에 결정적인 또 하나의 상처가 보태진 셈이다.IBM은 과연 세계 컴퓨터업계의 王座를 내놓게 될 것인가.
IBM의 쇠퇴 조짐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IBM 경영진은그동안 위기의식 속에서 조직의 분권화등 재기를 위한 몸부림을 계속해왔다.특히 지난 88년 당시 회장이었던 존 에이커즈가 단행한 전면적인 조직개편은 IBM을 경영난으로부터 탈출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었다.
번번이 경영개혁의 좌절을 겪어온 IBM은 마침내 거대조직을 이끌 지휘자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파격적 결정을 내렸다.지난해 4월 취임한 루 거스너 IBM회장은 RJR 나비스코 지주회사의회장이었다.IBM의 독특한 문화에 젖어있는 I BM맨이 아니라는 점이 역설적으로 거스너 회장이 IBM 변신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IBM은 지난해 81억달러(약 6조5천8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들어 PC업계 선두주자의 위치마저 빼앗기는 참담한 실패를 기록했다.하지만 이 실패는 예상된 것이었던 만큼 거스너 회장의 재기 시나리오에는 이 고비가 물론 포함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IBM은 지금 죽기살기의 경영쇄신을 진행중이다.거스너는 최근「파워 PC」라는 혁신적인 무기를 동원,재도약에 나섰다.
파워PC는 IBM이 애플.모토로라등과 공동개발한 마이크로 프로세서 파워 PC칩을 탑재한 퍼스널 컴퓨터.인텔의 펜티엄칩보다가격이 40%정도 싸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IBM은 기대하고 있다. IBM의 변신 노력에는 퍼스널 컴퓨터의 공정 계열화를 통해 3~4개월마다 신제품을 내놓는 기민성도 한 몫하고 있다.
이밖에 RISC(명령단축형컴퓨터)와 액정 中核데이터베이스 개발도 IBM이 변신을 시도하는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한때 전세계에서 40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렸던 IBM은 그동안거듭된 감원 끝에 올 연말에는 22만5천명으로 줄어든 감량경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거인 IBM의 절치부심은 결국 격심한 경쟁의 회오리에 휘말린미국 컴퓨터업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휴렛 팩커드(HP).DEC등 IBM의 왕좌를 넘보는 경쟁자들의 추격은 무서울만큼 집요하다.
지난해 IBM은 6백27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HP는 2백3억달러,DEC는 1백43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IBM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한 데 비해 HP는 11억7천만달러의 순이익을 실현했다.
IBM은 지금 흡사 사자(HP).호랑이(DEC)앞에 노출된 코끼리와 같은 모습이다.병색이 완연한 코끼리 IBM의 위기탈출은 가능할 것인가.
〈高昌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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