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 특성화고 전환 우리 의견은 왜 무시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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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국 29개 외국어고 교장이 정부의 '특목고 대책'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외국어고교장장학협의회(회장 유재희 과천외고 교장)는 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교육부의 특목고 대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기로 했다. 외고 교장들이 지역별로 반발한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전국의 외고 교장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교장들의 반발은 이미 17일 시작됐다. 이날 오후 5시 과천외고에는 서울.경인지역 외국어고 교장 11명이 모였다. 경인지역 9개 외국어고가 2008년 입시 문제 공동 출제를 논의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예정된 자리였다. 그러나 회의에서 공동 출제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가 추진 중인 특목고 제도 개선에 대한 성토가 곳곳에서 쏟아지며 긴급 대책회의로 바뀐 것이다.

정부의 속내는 12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개최한 '특목고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확인됐다. KEDI는 토론회에서 '외국어고의 학교교육 효과가 없다' '외국어고는 특목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 교장들은 14일 긴급회의를 열고 '공동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상태였다.

17일 회의에서 A외고 교장은 "외국어고를 특성화고로 바꾸라는 결론을 내면서 정작 외국어고 교장들 의견은 한마디도 묻지 않은 게 말이 되느냐"고 KEDI의 연구 결과를 비판했다. B외고 교장은 "토론자들이 KEDI의 연구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정책토론회로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한 강성화 고양외고 교장은 "최근 교육부 발표와 외국어고에 쏟아진 일방적인 비난을 지켜보며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데 교장들이 동의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외고 교장 11명은 4시간의 논의 끝에 의견을 모았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특목고 종합대책' 발표에 앞서 외국어고 교장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기로 했다. 20일 전국외국어고교장장학협의회의 긴급 임시총회는 이렇게 결정됐다.

◆뭘 논의하나=교장들은 20일 KEDI의 연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성명서를 낼 방침이다. 객관성이 부족한 자료를 사용해 외국어고의 학교교육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린 연구 결과를 수용할 수 없으며, 정부 정책에 편향된 토론자들끼리 한 토론회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성명서와 별도로 ▶특목고의 특성화고 전환 반대 ▶KEDI의 특목고 연구 재검토 ▶특목고 입시로 사교육 부추기는 사교육기관의 각성을 촉구하는 결의문도 채택한다. 협의회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외국어고가 '사교육의 주범' '대학입시 준비기관'이라는 지적에 대해 "대입 위주의 교육환경에 대한 책임을 외국어고에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히기로 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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