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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의영웅>4.우지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서울강남구대치동 은마아파트 31동은 최근 페인트 칠을 새로 했다. 아파트단지 전체가 아니라 31동만 칠을 한 이유는 오로지 312호 한집 때문이다.
이 집을 찾아온 10대 소년.소녀들이 온통 벽에다 새까맣게 낙서를 해대는 통에 칠을 안할 수가 없었다.「오빠,너무 너무 멋있어요」「나랑 결혼해요」「집에 좀 있어라」.
깨끗한 벽을 지키기위해 집주인은 요즘 매일 모조지 전지 2장을 낙서판으로 갈아붙인다.「낙서는 이곳에만」이라는 경고성(?)부탁과 함께.
이 집에 누가 사느냐고? 禹智元이 산다.
우지원이 누구냐고? 연세대 3학년에 재학중인 스물한살짜리 농구선수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난리냐고? 우지원은「스타」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스타냐고? 이제부터 그 이유를 찾아가보자.
대학팀으로는 처음으로 연세대가 우승을 차지한 93~94농구대잔치는 2명의 연세대 농구선수를 스타로 탄생시켰다.
한명은 徐章勳이고 또 한명은 바로 우지원이다.
2m7㎝.1백3㎏의 거구에 날렵한 플레이로 대학1년생이면서도최우수선수.신인상.리바운드왕등을 휩쓸어버린 서장훈은 농구선수로서 스타였다.
그러나 지난 겨울 잠실학생체육관을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운「오빠부대」의 대부분은 우지원을 보러온 팬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아닐 정도로 우지원은 오빠부대의「우상」이었다.
우지원은 농구대잔치를 통해 주전자리를 꿰찼을뿐 아니라「한국최고의 농구스타」로 떠오른 행운아다.
본인 스스로도『농구대잔치가 시작되기 전에는 경은이형(文景垠.
現삼성전자)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고 말할 만큼 우지원의 인기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농구대잔치가 시작되고 연세대의 연승행진이 계속되면서 우지원의 팬들은 하루가 다르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m92㎝의 훤칠한 키,잘생긴 얼굴,깨끗한 매너,시원스런 3점슛등은 예민한 10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잠실학생체육관은『우지원』을 연호하는 함성에 떠나갈 듯했고 코팅한 대형글씨를 흔들면서『오빠』를 외치는 소녀들로 가득찼다.
팬레터가 하루에 4백~5백통씩 밀려 들어왔다.
경기가 끝난후 사인을 받기위해 밀려드는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느라 불과 1백여m 떨어진 학교버스까지 가는데 20~30분이나 걸릴 정도였다.
농구대잔치가 끝난지 두달이 넘은 요즘에도 우지원의 집에는 매일 10여명이 찾아오고 일요일에는 50명이 넘는 팬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친다.줄긴 했지만 팬레터도 하루 2백여통씩 꾸준히배달된다.
팬사인회가 벌어지는 날이면 우지원의 사인 한장 받기위해 몰려드는 팬들로 수라장이 된다.
그러면 우지원 인기의 비결은 과연 뭘까.
팬들의 입으로부터 직접 얘기를 들어보자.
『키도 크고 잘 생겼잖아요』『웃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천진스러워요』『학생티가 나서 친근한 느낌을 줘요』『얼굴이 작아서 좋아요』『실력이 있잖아요.3점슛은 일품이에요』『일단 외모는 합격점이고 거기에다 실력까지 있으니 당연하지요.』 여학생뿐 아니라남학생들도 우지원을 무척 좋아한다.
체육관에서 만난 南重拳군(대원외국어고1)은『운동선수 하면 우락부락하다든지 과격하다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우지원선수는 달라요.마치 형같은 친근한 이미지를 주거든요.슛도 깨끗하고 매너도 깨끗해서 좋아요.팬들한테도 친절하고요 』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또한번 X세대가 좋아하는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멀리서 바라보는 스타가 아니라 자기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스타를 원하는 것이다.
뛰어난 체격조건이라든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적인 스타가 아니다.
바로 형같고 오빠같은 사람,언제든지 다가가 만날 수 있는 스타가「X세대의 우상」이다.
X세대의 사고방식은 선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우지원의 집에는 방 하나가 선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일반적인 선물의 유형을 훌쩍 뛰어넘은 것들이다. 이불과 베개.북어와 방망이.팥빙수기.오곡밥 재료.응급약품.
커피를 종류별로 예쁘게 포장한 것 등.
단순한 선물 이상의 것,뭔가 특별한 선물로 자신을 기억에 남기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실제로 우지원은 이러한 선물을 한 팬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고 전화통화까지 하고있다.
「오빠부대의 친근한 우상」우지원은「건방져졌다」는 말이 나오지않는한 인기의 정상에 머무를수 있을 것같다.
〈孫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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