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중기획>공기업 민영화충격에 변신 몸부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달말 토지개발공사에는「판매본부」라는 새 부서가 생겼다.단순히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지금까지「개발」만 하면「분양」되던 땅을 앞으로는「만들어」열심히「팔겠다」는 의도였다.公기업이생산하는 公共財도 엄연한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의 식전환의 한 예다. 『승진.보직과 관련된 어떤 社內外 인사청탁도 禁한다.이를 위반하면 엄중 문책한다.』 韓電 직원들은 창립 32년만에 처음 나온 위와 같은 社長 訓令에 따라 인사철이 돼도 쓸데없는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무역진흥공사 직원들중엔 요즘 집에 가서 한밤중에 컴퓨터를 두들기는 사람들이 많다.최근에 바뀐 회사 방침에 따라 숨가쁘게 돌아가는 해외 통상정보를 들어오는대로 내보내기 위해(Real Time Service)한밤중에도 정보를 가공.분 석해야 하기때문이다.흡사 통신사 기자다.
산업은행은 최근 줄잡아 1.6t의 서류를 버렸다.서류 30%줄이기의 결과였다.産銀은 이밖에도 최근 회의는 길어야 30분이며 모든 보고서는 두장 이내로 줄였다.
거대기업 소리를 듣는 浦鐵의 요즘 서류결재는「輕기업」수준이다.6,7단계의 결재 라인을 3단계로 줄여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발표됐던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은 모든 정부 투자.출자기관들엔 확실히「충격」이었다.
이제 가만 있다가는『당하겠구나』하는 위기감이 몇몇 공기업들을오랜 잠에서 깨어나게 했고,이후 저만치 앞서가기 시작하는 공기업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몇 선두주자들을 제외하곤 아직 이렇다할 개혁을 내세울 수 있는 공기업들은 많지 않다.
기껏해야 조직 일부를 깔짝깔짝 정비하고 인원을 조금 줄이는 정도의「작은 몸짓」에 머물고 있는 공기업들이 사실 대부분이다.
자발적인 경쟁력 높이기라기 보다는 다른 곳에서 어떻게 하는지 눈치를 보며 허겁지겁 쫓아가는 경우도 많다.「** 운동」식의 구호는 거창한데 속은 비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정부가 손을 대기 전에 미리 이를 차단하자는 식의「보이기 개혁」도 눈에 띈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기업들은 의외로 솔직하다.『솔직히 내세울 만한 거리가 별로 없다』고 自肯하는 기업이 많은 것이다.
그만큼 공기업의 개혁은『아직 멀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개혁의 선봉에 선 일부 공기업들의 다음과 같은 현장 사례들은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토지개발공사는 직급만 같으면 일률적으로 돌아가던 시간외 근무수당을 몇시간 근무했느냐를 꼼꼼히 따져 차등지급토록 했다.그러자 같은 직급이라도 어떻게 일했느냐에 따라 월 20만원 정도의 급여차가 났다.
사무.관리직은 물론 기능직에 이르기까지 2천3백여 모든 직원들에게 컴퓨터를 구입토록 했으며 회사가 그 구입대금의 절반을 대주었다.
또 레저 수요를 겨냥한 관광.휴양지 개발,유통시장 개방에 대비한 물류.유통단지 조성,실버타운(노인전용 주거단지)조성,UR이후에 대비한 농어촌 시범단지 조성등에 사업다각화의 초점을 진작 맞췄다.도로공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 의 재정지원에 의존해 오던「天水畓」식 경영 탈피를 선언했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대부분인 수입원을 다양화하기 위해 교통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고속도로 연접 개발사업등을 꾀하고 있다.
한국전력에선 첫 韓電출신 사장 李宗勳씨가 취임한 이튿날인 지난해 4월2일「사장 훈령 1호」가 발령됐다.사장 훈령은 社規에는 있지만 단 한번도 발령된 적이 없었는데,공룡과 같은 조직에서 인사때마다 있어왔던 잡음을 없애기 위한「특별 선언」이었다.
韓電은 이제 집행 간부의 임기 3년을 더 이상 보장하지 않는다.대신 부여된 연간 목표와 그 성과에 따라 1년마다 재신임을묻도록 했다.
浦鐵도 金滿堤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조직을 部단위에서 室단위로 바꾸면서 팀제를 도입했다.
무역진흥공사의 在宅 근무제도 눈에 띈다.미국.유럽등 현지에서정보가 수집되는 대로 즉시 본사의 컴퓨터로 전송할 경우 서울시간은 대부분 새벽이다.이 경우 담당 직원들이 집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분석,가공해 늦어도 오전 7 ~8시까지 보고서를 만들어 낸다.
다만 정부의 통상정책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보고서를 냈다가 상부로부터『눈치없다』며 질책을 당하는 경우가 있어「내부 참고자료」에 머무르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産銀 직원들은 그전에는 점심시간이면 오후 1시30분까지 사무실에 들어왔으나 요샌 1시 전에 모두 자리에 앉는다.
오는 6월초에는 2차로 서류 버리는 날을 하루 잡아 대청소를한다. 주택공사도 토개공과 마찬가지로 지방화시대에 대비,상반기중 공사 조직을 본사 중심에서 지사중심으로 개편키로 했다.「장기 비전 전담반」이 여러가지 경영쇄신 방안을 강구중이다.
담배인삼공사의 경우 그동안 불규칙적으로 해온 소비자 의견 청취 모니터제도를 하반기부터 정례화할 예정이다.불량 담배자판기가삼킨 동전 주인 찾아주기 운동도 펴고,철도 역사나 공항 흡연실등 공공건물에 공기청정기를 달아줘 이미지를 바꿀 계획도 있다.
조폐공사는 지난해부터 과장급 자리 30개를 줄였다.
일감 확보를 위해 올해 허용된 상품권 인쇄를 적극 유치했으며다른 나라 돈을 찍어 수출하기 위해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그래도 앞서가는 공기업들의 현장에선 오늘도 무언가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공기업들이 더 많고 이들을 도매금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지만 역시「소극적」이라는 딱지를 떼기는 힘들다.
「과거는 흘러갔다」는 사실을 소극적인 공기업들도 다들 인식은하고 있다.
『내부로부터 변신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해 자리나 직장이없어지거나 졸아들고 말 것임을 잘 안다.그러나 아직 제시되는 비전이 없다.』 어느 정부 투자기관 과장의 말이다.
〈특별취재팀=梁在燦.閔丙寬.朴義俊.李哲浩.李在薰.南潤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