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씨 2000만원 외 없다더니 … 추가로 챙긴 돈 더 있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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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김상진씨 비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18일 밤 12시간의 조사를 받은 뒤 부산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광준)가 18일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42.구속)씨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정윤재(44)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를 벌인 뒤 일단 돌려보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2시간가량 조사받았다.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조사 내용과 증거 관계 및 법리를 검토해 내일 중 사법처리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지난해 8월 김씨로부터 정상곤(53.구속) 전 부산지방국세청장과의 만남을 주선해 준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정 전 청장 소개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나온 뒤 기자들에게 "김씨와의 대질 조사도 받았으며 충분히 해명했다"고 했다. 그는 "김씨가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나를 음해하는지 모르겠다.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정 차장검사는 "정 전 비서관이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했다"고 말했다.

◆사법처리 어떻게 되나=정 차장검사는 정 전 비서관이 출두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돈을 받은 시점도 어느 정도 특정됐다"고 밝혀 그에 대한 혐의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확인됐음을 내비쳤다. 김씨 진술 외의 금품 전달과 관련한 입증 자료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전날 정 전 비서관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한다고 밝혔으나 조사에서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했다. 검찰이 금명간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2003년 정 전 비서관이 지구당 후원금 명목으로 김씨에게서 받은 2000만원도 청탁 대가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또 그가 관청의 인.허가와 금융기관의 대출에 개입하며 김씨가 추진해 온 부산 연산동.민락동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도왔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이날 오전 부산지검 청사 출입구 앞에 선 정 전 비서관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짤막하게 기자들에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11일 신라대 강의 직후 기자들에게 "(대통령 측근 중에) 누구라도 검찰 수사로 잘못된 것이 드러나면 측근 비리로 엄하게 다뤄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때와는 상반된 분위기였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정 전 비서관은 '친노 부산파'의 핵심 인물로 1994년에는 국회의원이던 노무현 대통령의 보좌관을 맡기도 했다. 2004~2006년 국무총리실 민정2비서관, 2006년부터 최근까지는 대통령 의전비서관을 지냈다.

부산=이상언.민동기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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