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헤르초크 독 대통령 당선/“구 서독주민 희생” 요구/3차투표 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민당 후보 91표차 제쳐
【베를린=유재식특파원】 독일의 집권 기민·기사당 대통령후보 로만 헤르초크 연방헌법재판소장(60)이 23일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후임으로 독일 대통령에 선출됐다.
이날 베를린 구 제국의회 의사당에서 개최된 연방회의 투표에서 헤르초크 후보는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끝에 사민당 후보인 요하네스 라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지사(63)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댔다.
헤르초크 후보는 이날 정원 1천3백24명의 연방회의 대의원중 1천3백20명이 참석한 가운데 7시간30여분동안 계속된 투표에서 최종적으로 6백96표를 획득했으며 라우 후보는 6백5표를 얻는데 그쳤다.
5명의 후보가 출마한 1,2차 투표에서는 모두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다. 집권 연정소속인 자민당 후보로 나온 힐데가르트 함브뤼허여사(73)는 2차 투표에서 1백26표로 3위에 그친뒤 중도사퇴했으며 무소속으로 나선 전 동독 민권운동가 옌스 라이히 후보(55)는 1차 투표 사퇴했다.
헤르초크 대통령 당선자는 인사말을 통해 『모든 독일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고 구 동독주민들을 위한 구 서독주민들의 보다 많은 희생을 요구했다.
헤르초크 당선자는 오는 7월1일 지난 10년간 대통령에 재임해온 바이츠제커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임기 5년의 제7대 독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해설/막판 자민당 의원들이 손들어줘/통독의 보수우경화 부채질 우려
통일독일을 대표하는 첫 대통령을 뽑는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던 독일 대통령선거에서 예상대로 집권 기민·기사당의 로만 헤르초크 후보가 당선됐다.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5년에 한번 소집되는 연방회의는 6백62명의 연방 하원의원과 주의회가 선출한 6백62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방회의 분포는 어느 정당도 1,2차 투표에서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6백63명)를 넘지 못하고 있다. 즉 기민·기사당이 6백19명,사민당이 5백2명,연방정부의 연정파트너인 자민당이 1백11명을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기민당과 사민당 후보중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다.
지난 82년부터 기민당과 연정체제를 구축해온 자민당이 3차투표에서 기민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자민당 지도부도 이 사실을 여러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말썽많은 슈텐펜 하이트만 작센주 법무장관의 사퇴로 여당후보가 된 보수우파 성향의 헤르초크에 대해 구 동독출신 의원들이 거부감을 표시하는데다 사민당의 라우 후보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지지가 워낙 높아 자민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자민당 대의원의 대다수인 70여명이 헤르초크 후보의 손을 들어줘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이다.
헤르초크의 대통령당선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은 헤르초크의 당선이 통일독일의 보수우경화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