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에 모인 전국 은행장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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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연찬회 주최측 자율모임 강조/“금융사고는 인재” 대비책 제시
바쁘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국의 은행장들이 죄다 한자리에 모여 하룻밤을 같이 지내면서 은행의 당면 현안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20일 오후부터 21일 오전까지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은행연합회 주최로 열린 전국은행장 연찬회에는 이방호 수협중앙회장을 제외한 34명 은행장들이 간편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주최측인 은행연합회는 이번 연찬회가 『완전히 자율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누차 강조. 그러나 실제로는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은행장들이 모여 뭔가 해야되지 않느냐는 「행사 지향형 고위당국자」의 의견이 이달초 갑자기 연합회에 전달됐고 당초 계획에 없던 모임이 서둘러 마련됐다는 후문.
이 때문에 분주한 은행장들에게 불과 1주일 내지 열흘전에 계획이 통보됐고 이번 행사진행을 담당한 금융연구원 관계자들은 휴일인 18일에도 출근,밤늦게까지 준비를 했다.
어느 은행장은 『유익한 모임이긴 했지만 무리하면서까지 일제히 한자리에 모을 필요까지 있었느냐』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
○…연찬회의 하이라이트는 20일 밤 시중은행·지방은행·특수은행 등 3개 조로 나뉘어 2시간동안 진행된 분임토의.
당초의 토론주제는 「금융사고방지대책」이었으나 특수은행조와 지방은행조는 『각 은행이 이미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다른 문제를 논의하자』고 반대,주제를 바꿨고 시중은행조만 그대로 진행.
시중은행장 토론에서는 『금융사고의 원인은 제도보다는 사람에 있다』는 공통의 인식이 도출됐고 『사채업자와 관계를 맺는 지점장들은 과감히 걸러내자』,『직무를 관리직과 영업직으로 분리해 사고 가능성을 상호점검해야 한다』,『일상점검을 제도화하기 위해 감리역을 두자』는 등의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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