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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맛있는 한우’ 시골마을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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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우를 싼 값에 판매하는 영월 주천시장에 고객이 몰리면서 시장 주차장 옆에 들어선 가게의 상당수는 다하누의 가맹점인 다하누촌으로 바뀌었다. [섶다리마을 제공]

17일 오후 1시 영월군 주천면 주천시장. 시장 입구부터 소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시장에 들어서니 장 마당을 가운데 두고 사각으로 자리잡은 상점 마다 고기를 구워 먹는 손님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2개 상점을 뺀 10개 상점이 ‘다하누촌’ 이라는 같은 간판을 달고 있었다. 한우만을 취급하는 상점이란 뜻이다. 오전 10시부터 다하누촌을 찾기 시작한 고객은 오후 내내 이어졌다. 1500㎡ 정도 규모의 장 마당에는 외지에서 온 차량으로 가득 찼다. 주천시장은 더 이상 5일마다 열리는 시골장터가 아니었다.

장날이 아닌데도, 월요일 임에도 왜 이렇게 고객이 몰리는 것일까? 2만1000원이면 둘이서 600g(한 근) 의 한우를 맛볼 수 있을 만큼 고기 값이 싸기 때문이다. 신현기(51·여·서울시 강서구 화곡본동)씨는 “소문 듣고 왔는데 고기 맛도 좋았다”며 "단체로 한번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시의 절반 이하 값으로 한우를 음미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고깃집이 생기면서 조용한 시골마을이 활기를 찾고 있다. 면 소재지이지만 주민 1000여 명 남짓한 마을에 주말이면 최고 2000여 명의 외지인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관광버스도 가세해 교통체증 현상을 빚기도 한다. 고객이 몰리면서 시골 장터의 허름한 상점에서 고깃집으로 변신한 가게의 매출이 크게 늘었고, 슈퍼마켓 등 인근 다른 가게도 덩달아 장사가 잘 된다.

◆한우촌으로 변한 주천시장=다하누촌이 들어선 것은 8월 11일. 영농조합법인 섶다리마을은 ‘다하누’라는 한우 판매점을 열었다. 농민에게 직접 소를 구입해 도축, 공급하는 점포로 유통단계를 없애 수소는 300g에 8000원, 암소는 1만4000원에 판매했다. 고기는 1등급 80%, 2등급 20% 정도로 등심과 안창살 토시살 등 모듬으로 판다. 이틀에 한번씩 한우인증 및 품질 검사를 받는다.

판매점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가맹점 ‘다하누촌’ 도 문을 열었다. 판매점에서 고기를 구입한 후 다하누촌에서 상추와 된장 등 상 차림비용으로 1인당 2500원을 부담하면 구워 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판매점 1개소, 가맹점 6개소로 출발했다. 그러나 싼값에 한우를 맛보려는 고객이 수용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몰리자 판매점 4개, 가맹점은14개로 늘었다.

또 8개의 가맹점이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 안 주천기름집, 중국집 상하이, 27년 전통의 평창쌀상회, 주천양은상회 등이 ‘다하누촌’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서울에서 보험회사 부지점장을 했던 황인호(33)씨는 손님으로 왔다가 아예 가족을 데리고 이사해 가맹점을 열었다. 시장에 더 이상 점포가 부족하자 읍내 도로변으로 다하누촌이 확장됐다.

◆경제적 효과=가장 큰 규모의 가맹점인 도가점의 하루 매출은 200만~300만원. 평일 300~400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주말 매출은 비밀이라는 주인 장숙희(53)씨는 “주말이 겁난다”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이 가맹점은 120년 전통의 식당을 겸한 막걸리 양조장이었다. 가맹점으로 전환하기 전에는 주인 장씨가 종업원 1명과 영업할 정도로 한가했으나 요즘은 7명의 종업을 두고 있다.

인근 상가의 매출도 늘었다. 주천찐빵의 경우 하루 10여 명 이사의 외지인이 찾고 있으며, 슈퍼마켓은 고기를 구입해 포장해 가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삼성슈퍼마켓 김영숙(44)씨는 “많을 때는 아이스박스와 얼음으로 20여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월=이찬호 기자

“한우 대중화 작업…곧 수도권 진출”

섶다리마을 최계경 회장

“유통구조를 바꾸면 한우도 미국 소고기와 맞설 수 있습니다.”

섶다리마을 최계경 회장(43)은 “한우 값이 비싸면 수입 소고기를 찾을 수 밖에 없다”며 “농민과 사료회사, 유통회사가 뜻을 모으면 수입산 소고기 못지않게 싼 한우고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기 값이 너무 싼데 젖소 등 다른 고기 아닌가

“절대 그럴 수 없다. 고향인데 다른 고기를 속여 팔 수 없다. 이틀에 한번씩 관계기관의 검증을 받고 있다.”

-이렇게 싸게 팔아도 이득이 있나

“식당까지 한우 유통구조는 4~5단계로 300% 정도의 마진이 붙는다. 우리는 이런 유통구조를 없앴고, 15%의 이득을 붙여 팔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가 배로 수송되고, 갈비가 들어와도 경쟁력이 있나

“컨테이너로 수입되면 20%, 갈비가 수입되면 30~40% 정도 한우 값이 떨어질 수 있다. 한우 유통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럴 경우 다하누촌은 고기 값을 더 내릴 계획이다.”

-더 확대할 계획인가

“올해 안에 영월에 30개, 2008년 서울 등 수도권에 10개를 포함해 전국적에 100개의 가맹점을 낼 계획이다. 이는 할인마트처럼 한우를 대중화하는 작업이다.” 최 회장은 주천농고에서 축산을 전공했고, 1996년 돼지고기 가격파괴 프랜차이즈 ‘계경목장’을 운영해 축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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