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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 명품 서비스 전 세계가 반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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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두바이 출장을 다녀온 강희찬 대우일렉트로닉스 이사는 에미레이트항공에 탑승하자마자 한국인 승무원의 영접을 받고 놀랐다. 그는 "외국 항공사라 언어 소통 등을 걱정했는데 국적기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편안했다"며 "세련된 태도로 세계 각국의 손님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외국 항공사에 탑승하는 한국인 승무원이 점차 늘고 있다. 패기와 영파워로 무장한 한국 젊은이들이 '창공의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진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장은 "2005년 한국 노선에 취항하면서 본격적으로 채용에 나서 현재 8000명의 전체 승무원 가운데 550명이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영국인에 이어 둘째로 많다. 그는 "1998년 처음 뽑은 한국인 승무원의 근무 태도를 보고 본사 회장이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며 감명받았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항공사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200명씩 채용한 데 이어 앞으로도 매년 100명 이상 선발할 예정이다.

에미레이트항공뿐 아니라 중국 남방항공(300명), 홍콩 캐세이패시픽(240명), 싱가포르항공.독일 루프트한자(각 100명) 등을 합치면 외국 항공사에서 일하는 한국 젊은이는 1500명에 달한다.

승무원 3400여 명인 대한항공과 2900여 명인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각각 400여 명의 신입 승무원을 채용하는 것과 비교해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외국 항공사들이 한국인 승무원을 선호하는 까닭은 뭘까. 근면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점이 손꼽히는 이유다. 또 적응력이 뛰어나 다양한 문화를 잘 받아들인다.

비행 6년차인 신혜원(30) 중국동방항공 과장은 "외국인 동료나 승객과 접하다 보면 한국인의 성격이 금방 드러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중국인 동료들은 잘 웃지 않고 일본인 승무원은 판에 박은 듯한 업무용 미소를 짓는 데 비해 한국인 승무원은 진심이 우러나는 웃음으로 승객을 대한다는 것. 또 항공기 승무원을 '힘든 서비스업'으로만 생각하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세계를 누비는 자유로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학력과 어학 능력이 높은 지원자가 많다.

17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외국 항공사 승무원으로 취업해 출국한 여승무원은 149명에 달한다. 현재 40여 명이 출국을 준비 중이고 연말까지 출국자는 지난해 수준(272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채용이 늘어나는 만큼 지원자도 몰리고 있다. 보통 경쟁률이 200대 1을 넘는다. 외국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중국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당 국가에서 근무한다. 6년째 두바이에 살고 있는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 노소연(32)씨는 "외국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에 오히려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창우.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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