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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1부 불타는 바다 더 먼 곳을 향하여(34) 다리를 뻗고 앉아 있던 박도식이 고개를 돌리면서 소리쳤다.
『뭐야!』 『무슨 소리였지?』 앉아 있던 태수와 조씨도 튀듯이 일어서면서 벽을 향해 모여섰다.
『이쪽이었나?』 철영이가 도식이 옆에서 말했다.
『제 등쪽에서 흙이 떨어졌거든요.』 『그럼 이쪽이잖아.』 명국은 천천히 어두침침한 벽을 눈길로 더듬어 나갔다.막장 안이 갑자기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무슨 소리가 또 들리는가 싶어 귀를 기울이고 있던 명국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벽이 이상한데….』 명국이 중얼거리며 램프불을 들고 있는 철영이에게 손을 뻗었다.
『불 가져와 봐,불.』 철영이 넘어질 듯 몸을 구부리며 명국에게 램프불을 건넸다.또 다른 램프를 들고 도식이가 명국의 옆으로 다가섰다.
뿌드드득 하는 소리가 기분 나쁘게,마치 막장 바닥을 긁듯이 벽과 천장 사이에서 새어나왔다.서로 아귀를 꿰어맞춘 갱목이 뒤틀리는 소리였다.
『어디서 나는 거야? 무슨 소리였지?』 『이번엔 천장인데요.
』 램프를 든 손이 움직이고 불빛이 막장 안을 휘돌며 움직였다. 검은 탄가루로 뒤덮인 얼굴이 질리면서 철영이가 한걸음 뒤로물러섰다.태수가 말했다.
『피,피하죠.』 『무너지는거 아닙니까?』 램프를 들고 있던 명국이 소리쳤다.그 목소리가 작두날로 내려치듯 갱 안을 울렸 다. 『어느 놈이야,함부로 주둥일 놀리는 놈.』 뒤로 물러서던철영이 그 소리에 놀라며 털썩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명국의 목소리에 대답이라도 하듯 이번에는 그들의 머리쪽 구석에서다시 뿌드드득 하며 갱목이 뒤틀리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태수가 소리쳤다.
『피합시다.』 순간 들고 있던 램프불을 바닥에 내던지며 도식이 출구쪽을 향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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