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 남아공 만델라 “본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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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YS,「대화합 정치」 관심… DJ는 고령에 고무
남아공 대통령으로 취임한 흑인 인권운동가 만델라의 화려한 승리가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의 행보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처럼 비쳐 흥미롭다.
김 대통령은 만델라의 「대화합 정치」 선언에,김대중이사장은 그의 고령(75세)에 각각 적잖은 감명을 받아 정책추진에 참고하거나 고무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 만델라의 당선에 동교동계 인사들은 남다른 감회를 표출했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인권지도자중 각광을 받지 못하고 물러나버린 유일한 인물이 김 이사장』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만델라의 나이가 김 이사장의 나이(69세)보다 6세나 많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며 상기되기도 한다.
몇몇 측근들은 『97년 대통령선거때 김 이사장의 나이는 72세로 만델라의 지금 나이보다 세살이나 적다』면서 『몸도 건강하기 때문에 차기에도 전혀 문제될게 없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물론 김 이사장 본인은 『정치를 다시 하지 않겠다는 뜻엔 변함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어 성급히 관측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김 이사장의 잇따른 발언 파문이 공교롭게도 만델라 당선이후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도 있다.
만델라의 승리가 확정된 날이 5월3일. 김 이사장이 모지방지와의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내가 입을 다물고 있을지 모르겠다. 정치는 하지 않는다. 한다해도 민주당과 내외문제연구회를 업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4일이다.
김 이사장은 방미해 워싱턴에서 김일성 북한 주석의 방미초청과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도 그 이후다. 이런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이 나오고 있는 배경에는 「만델라의 대통령당선이 김 이사장에게 초조감과 함께 고무시킨 측면이 있지 않겠느냐」는게 여권 일각의 시선인 것이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만델라의 대화합조치를 빗대어 김영삼정부의 사정위주 개혁정책을 우회 비판하기도 한다.
동교동계의 한 중진의원은 『김 이사장이 92년 대선에서 당선됐더라면 YS와 같은 찬바람나는 사정위주의 개혁정치가 아닌 만델라와 같은 대화합조치쪽을 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쪽에선 오히려 김 이사장쪽에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역공한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정국이 꼬이고 정치가 뒷걸음질하는 이면엔 동교동계의 각종 계산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단정하고 『만델라의 대화해 정신은 동교동쪽에서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김 대통령이 최근 「토사구팽」의 김재순 전 국회의장과 회동하는 등 일련의 구여권 인사 끌어안기조치도 만델라의 대화합조치에 자극받아 「한수 배운 것」이란 해석을 낳고 있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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