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산아지매의 광주사랑 7년-해마다 망월동에 꽃.모역단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날의 아픔을 함께하고 민주주의를 위해숨진 영령들을 위로하기위해 바친 것뿐입니다.』 5.18 14돌을 하루앞둔 17일 국화.철쭉.동백.무궁화로 만든 꽃다발을 광주望月洞 묘지마다 바친 평범한「부산아지매」黃명자씨(54.부산시중구광복동)는 5.18유가족.부상자들과 7년째 광주의 아픔을 함께하며 지역감정의 장벽을 시나브 로 허물어가고 있다.
부산에서 양장점을 운영하는 黃씨가 광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제13대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지역감정이 최악의 상태였던 88년초. 지역감정에 대한 악성루머가 판치고 특히 부산처럼 영.호남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여자들도 대화를 나누다 5.18등에 대한 시각차로 언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던 시절이다.黃씨는어느날 갑자기 사실확인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 신정연휴 를 이용,고속도로를 달려 광주의 망월동을 찾았다.
『즐비한 무덤마다 놓여있는 영정과 유품 그리고「눈물같은」술잔들을 직접보고 TV화면이나 신문사진으로 보았을 때와는 또다른 충격을 받았습니다.당시 1백50여개의 비문을 눈물을 흘리며 모두 읽었습니다.광주의 한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黃씨는 그 해2월 5.18당시 남편을 잃은 尹三禮씨(52.광주시북구우산동)의 아들 林熙昌군(29)이 전남대에 합격하고도 돈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선뜻 등록금을 대주기로 작정했고 이사건(?)이 인연이 되어 10월에는 부상자동지회원 3백여명을 부산으로 초청,금정구청년회원들과 친교를 맺었다.
이후 黃씨가 부산.광주를 오가며 뿌린 씨앗은 마침내 지난해 10월 광주전국체전을 계기로 부산자성대로터리클럽회원 40여명을광주측에서 초청한데 이어 12월에는 다시 부산쪽에서 유가족.부상자동지회원 1백여명을 초청하는 작은 결실을 이 뤘다.
黃씨가 소속된 자성대로터리클럽은 이 만남과 黃씨의 광주사랑이민족화합의 시금석이 되길 기원하는「영호남 사랑과 우정의 비」를2월19일 망월동묘역에 세우고 5.18단체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을 갖기도 했다.
黃씨는 또 5.18 제14주기를 앞두고 사비 1백80만원을 털어 묘역의 콘크리트제단을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꾸미는 공사를 마쳤고 유가족회등에서는 감사의 표시로 제단 한쪽에 黃씨의 이름석자를 새겼다.
『영.호남사이 놓인 장벽의 벽돌을 하나씩 빼낸다는 심정으로 부산과 광주를 오간다』는 黃씨.
『망월동에 누워있는 영령들이 모두 자식이고 남편.부인이라 생각한다면 5.18의 아픔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 치유할 수있는가 하는 대답은 절로 나올 겁니다.』 [光州.釜山=李海錫.
宋奉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