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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자나눔장터] 소매 끌고 호객 … 정겨운 시골장터 온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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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위·아·자 나눔장터에 참석한 내빈들이 ‘사랑해요’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수 충남체신청 사업지원국장, 김종완 아름다운가게 대표, 김영관 대전시의회 의장, 박성효 대전시장, 김신호 대전시 교육청 교육감, 박병석·권선택 국회의원, 박태욱 중앙일보 논설실장.[대전=프리랜서 김성태]


16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나눔장터에서는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00여 개 팀보다 훨씬 많은 130여개 팀이 참가해, 장터가 마련된 대전시청사 2층 로비를 가득 메웠다.

 저마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책·옷·장난감 등을 갖고 나와 판매에 열을 올린 어린이들은 “용돈도 마련하고 불우이웃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부 어린이들은 ‘무인가게’ ‘교환환불 불가’등 다양한 판매 전략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끌었다.

대전시청 로비에서 열린 위·아·자 장터에 몰린 시민들.이날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3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어머니와 함께 머리핀·볼펜·알림장 등을 50원, 100원에 팔던 김소정(12·초등5년)양은 ‘교환 환불은 나를 2번 죽이는 거라며’라는 안내문을 써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김양은 “생각보다 물건을 팔기가 쉽지 않지만 좋은 일을 한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충남 논산내동초등학교 2학년 염다경(9)양은 집에 있던 그림책과 인형, 옷 등 50여점을 들고 ‘다경이네 행복한 가게’를 열었다. 오전 10시 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그림동화책 12권을 판매한 염양은 “평소 신문을 통해 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위·아·자에 참여하게 됐다”며 “판매수익금이 좋은 곳에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모와 함께 장터를 마련한 김남혁(9·초등1년)·남현(5)군 형제는 ‘남혁·남현 상점’에서 가장 아끼는 장난감과 그림책을 과감히 판매대에 올렸다. 김군은 “엄마가 가게만 열어주고 물건은 우리더라 팔아보라고 하셨다”며 “가지고 온 물건을 모두 팔아서 기부도 많이 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어린이장터에 참가한 초등생들이 ‘언니 오빠 어디로 가요. 이리로 와요’라며 애교 섞인 피켓을 들어 보이며 재활용품을 팔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개장식에서 ‘나는 아름다운 장돌뱅이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는 선서를 한 주부 민복기(45)씨와 아들 박충일(13·초등 6년)군은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책·인형 등을 한 보따리 갖고 나왔다.이들 모자는 장터 참가자들을 대표해 장터 아름답게 이용,대중교통 이용, 쓰레기 치우기, 폐장시간 엄수 등을 선서했다.

 박군은 “물건을 아껴 쓰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보탬이 될 수 있어 기분좋다”며 미소지었다. 어머니 민씨는 “작년 행사에도 참가했다”면서 “그 뒤로 아들이 적은 금액의 돈과 필요없어 보이는 사소한 물건도 소중하게 여기는 버릇이 생겼다”고 박군을 칭찬했다.

 자모회·기업·기관 등 단체 참가자들은 시민들의 소매를 끄는 등 호객행위를 하고 물품을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판매해 시골장터의 정겨운 모습을 연출했다.

 둔산여고 학생과 학부모로 구성된 기쁨두배 봉사단의 윤현자(47)단장은 “항균 처리된 아크릴실로 짜 세균이 번식하지 않는 수세미”라며 “학생들이 직접 뜨개질 해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학생들은 물건을 고르는 주부들의 소매를 이끌어 수세미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 뒤 “두 개 3000원”이라며 애교를 부린 뒤 사줄 것을 호소하기도.

 한국스카우트대전연맹 샛별자모단 회원 100여명도 “싸고 질 좋은 가전·의류·서적 등을 1t트럭 한 대분이나 갖고 나왔다”며 다양한 물품을 흔들며 사줄 것을 호소했다. 샛별자모단은 평소에도 농촌봉사와 불우시설 봉사,독거노인 김장담가 주기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충청체신청·㈜선양주조·우리은행·해찬들 등 기업체와 대전시·둔산여고·아름다운 가게 등과 중앙일보의 판매·NIE·JPR팀이 운영하는 40여개 장터에서 각계·각층의 기증품을 판매, 참여한 시민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다.

대전=황선윤·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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